[월드컵 증후군] "허탈감 빨리 탈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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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밤 한국 월드컵 축구팀이 독일팀과의 준결승에서 분패하면서 월드컵 축제 열기도 한풀꺾인 기세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월드컵열기가 사그러들면서 일이 손에 안잡히고 일상사에 흥미를 잃는 '월드컵 증후군'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며 월드컵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월드컵 증후군의 원인 형태
월드컵 증후군은 장기간의 연극공연 연주회 라이브무대를 마친 예술인들에게 흔히 발견되는 감정상태와 비슷하다.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엄청난 집중력으로 몰입하지만 공연이 끝나고 나면 예전의 일상으로 바로 돌아가지 못하는 간극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때 흔히 몸살을 앓거나 우울감이나 상실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평소 느끼던 감정의 폭과 깊이와는 질적으로 다른 고양된 감정을 체험하기 때문이다.
하지현 용인정신병원 신경정신과장은 "열광했던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팽팽한 긴장감과 흥분상태를 유지하려는 욕망을 갖게 되고 예전보다 훨씬 자극적인 소재를 갈구하게 된다"며 "자칫 술과 마약 등 일탈적 유흥으로 빠지기 쉬우므로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월드컵 증후군은 장기간 휴가를 다녀온 후 느껴지는 심리상태와도 비슷하다.
즐거웠던 시간들이 한동안 계속해서 머리 속에 맴돌면서 모든 일이 시큰둥해지고 정서불안이 생길 수 있다.
월드컵대회 동안 허용됐던 다소 일탈적인 해방감은 현실세계의 냉정함 앞에서 단절돼야 하는데도 양자를 분별할 수 없게 되면 무기력증과 정신적 공황에 빠지게 된다.
또 월드컵 TV중계를 자정이 넘어서까지 보던 사람의 경우 불면증이나 수면장애로 고생을 할 수도 있다.
일부 열성 축구팬들은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 같은 환청이 근무시간에도 들린다고 호소한다.
광장만 보면 한가운데로 뛰어가 악을 쓰고 싶은 일명 '광장신드롬'을 보이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다.
● 허탈감 극복자세가 중요
이민수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과 교수는 "월드컵은 올림픽 등과는 달리 축구라는 몸싸움이 치열한 단일종목의 대회이기 때문에 몰입의 강도가 월등이 높다"며 "월드컵 이후의 공허감을 극복하려면 가급적 친구를 만나거나 술자리를 갖는 시간을 줄이고 일찍 귀가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하지현 과장은 "축구 선수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경기후 공허감을 느끼는 것은 마치 마당극에서 관객과 배우가 일체화돼 거대한 퍼포먼스를 연출한 뒤 같이 탈진하게 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며 "월드컵 4강진출이 우리 현실을 갑자기 바꾸지 않는다는 것을 직시할 때 일상으로 돌아가 열심히 일할 용기가 생길 것"이라고 충고했다.
정찬호 마음누리 신경정신과 원장은 "월드컵 동안 미뤄둔 일이 산적해 있다면 쉬운 일부터,당장 해야 할 일부터 차근차근 해야 한다"며 "어려운 일을 먼저 하려고 하면 실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또 성인보다 감정처리가 미숙한 청소년들은 성인보다 일상으로 복귀하기가 훨씬 어렵다며 부모들은 히딩크 감독이 남긴 교훈 등을 자녀에게 일깨워서 자신감있게 현실로 돌아올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월드컵 증후군에 좋은 생활요법]
1. 라벤더나 클라리 계통의 오일을 따뜻한 물에 8~10방울 떨어뜨려 몸을 담근다.
오장육부의 기운을 높이고 신경 안정효과.
2. 차이코프스키의 비창 교향곡 1악장,바르토크의 헝가리 민요,하이든의 교향곡 94번 놀람,브라암스의 대학축전 서곡 등의 음악을 듣는다.
우울한 기분 해소.
3. 잠을 잘 때는 머리맡에 생강이나 양파를 잘게 썰어 둔다.
맵고 자극적인 향기가 신경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불안을 없애주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4. 메밀과 같이 차가운 성질을 가진 재료를 베개속에 넣는다.
머리속 열을 식혀주어 더운 여름철 숙면을 유도한다.
5. 피로회복에 효과적인 구연산이 풍부한 매실즙을 마신다.
청량감과 상쾌한 맛이 머리를 맑게해 졸음도 쫓아낸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