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퍼(부동산 개발회사)들이 부동산 시장의 꽃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피스텔,주상복합 건물이 봇물을 이루면서 이들 상품을 기획하고 개발,분양하는 주인공들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 일반인들에게 아직은 생소한 디벨로퍼는 외환위기를 거치며 부동산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새롭게 등장했다. 종전에는 대형 건설업체들이 토지 매입,기획,자금,조달,분양,시공 등을 모두 맡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방식은 한 곳에서만 사업에 실패하면 회사가 자금난에 봉착해 부도가 나거나 휘청거리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때문에 외환위기 이후 건설업체들은 시공만 맡고,나머지는 디벨로퍼가 담당하는 구조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공급된 오피스텔,주상복합 건물의 80% 이상이 이들 디벨로퍼의 손을 거쳐 탄생한 작품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이제는 대형 건설업체들이 벌이는 자체사업은 눈을 씻고도 찾기 힘든 시대가 도래했다. 일신산업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부동산 종합개발회사를 지향하고 있는 이 회사는 2년전 자본금 1억원에 직원수가 사장을 포함해 19명에 불과하지만 이미 매출액 기준으로 1천억원을 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개발했다. 지난해 평촌 신도시에 선보인 주차전용 빌딩인 평촌훼미리타운의 경우 디벨로퍼로서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토지 매입 당시만 해도 주변에서는 주차장 사업의 경우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사업을 만류했다. 하지만 일신산업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능력을 발휘했다. 치밀한 시장조사 결과 신도시 안에 있는 중심상업지역에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만큼 조만간 주차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결론을 이끌어 냈다. 설계 과정에서 다른 주차빌딩에서는 보기 어려운 최고급 사우나와 실내 골프연습장 등을 넣어 집객 효과를 노렸다. 결과는 1백% 분양이라는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이달말부터 부천 중동신도시에서 분양하는 메트로팰리스 오피스텔의 경우도 디벨로퍼로서의 기획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다른 업체들이 바로 옆에 있는 땅에 오피스텔 건립을 추진하자 이들 업체와 함께 공동 브랜드 마케팅 방식을 도입한 것. 5개 오피스텔이 같은 브랜드를 쓰고 설계와 인테리어,시공은 물론 모델하우스도 함께 사용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거두겠다는 전략이다. 대형 건설업체들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파격적인 마케팅 방식인 셈이다. 지상 8~15층 5개동으로 이뤄진 메트로팰리스는 11~17평형 1천3백11실로 층고를 3.8m로 높여 다양한 공간 활용이 가능할 뿐 아니라 지역난방.개별난방 방식을 도입해 관리비 부담을 줄였다. 특히 5개동이 한 단지 안에 지어져 건물의 상품가치를 높일 수 있고 독특한 외관까지 갖춰 중동신도시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일신산업 황수연 사장은 "오피스텔,상가는 물론 다양한 특화상품을 개발하고,공공기관 등과도 공동 개발사업을 추진해 종합 디벨로퍼로서 회사를 키워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