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영 기자 =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드라마의 종영이 임박한 가운데 불꽃튀는 월드컵 중계 방송 대결을 펼쳤던 국내 방송사들의 `월드컵 대차대조표'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3사는 한국 대표팀의 선전에 힘입어 월드컵 기간내내 전국민의 이목을 TV로 집중시키며 전례없는 시청률 `호황'을 누렸다. 특히 한국 대표팀의 기대이상의 선전에 힘입어 방송사간의 시청률 경쟁이 갈수록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한국전의 지상파 TV 전체시청률은 예외없이 60%대로 치솟았다. 방송3사(4개채널)의 채널별 가구 시청률 또한 월드컵 개막 이전 28.2%에서 개막후 33.3% 로 5.1% 포인트 올라 월드컵개막 이전보다 훨씬 많은 시청자들을 브라운관앞으로 끌어들였다. 이처럼 온나라를 뜨겁게 달군 월드컵 열기에 힘입어 각 방송사들은 `월드컵 광고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각조별 예선 3경기와 8강 스페인전, 그리고 25일 열렸던 4강 독일전까지 포함해MBC는 120억원대, SBS는 108억원대, KBS는 99억원대의 광고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각사는 이 가운데 방송발전기금 등을 제외한 81%를 수익으로 고스란히 챙긴다. 그러나 방송3사는 하나같이 주요 경기를 같은 시간대에 동시 중계하거나 중복편성함으로써 시청자들의 채널선택권을 제약하고 전파낭비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는 방송 3사로 구성된 코리아풀(KP.Korea Pool)이 3천5백만달러(약 4백50억원)라는 엄청난 가격으로 이번대회 중계권을 FIFA로부터 구매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높은 중계권료를 충당하기 위해 각 방송사는 광고수익이 보장되는 월드컵 중계방송에 열을 올렸다. 이 때문에 월드컵 기간 시청자들은 축구에 관심이 없더라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축구를 봐야만 했다. 4개 경기가 열리는 날은 생중계뿐 아니라 재방송과 하이라이트까지 총 15∼16시간이 축구경기로 채워지기도 했다. 각사의 간판뉴스는 물론 드라마.연예오락.시사교양 프로는 심야 시간대로 밀려났고 KBS「차인표의 블랙박스」나 SBS「그것이 알고 싶다」등 일부 프로그램은 아예 브라운관에서 자취를 감추기도 했다. 각사의 중복 편성은 두 경기가 동시간대 펼쳐진 조별 예선 최종 경기때 극에 달했다. 방송3사는 포르투갈-폴란드전 등 사람들이 관심이 쏠린 `돈이 되는' 경기만 앞다퉈 중계하고 일부 경기는 아예 중계방송을 하지않아 비난을 샀다. 더욱이 KBS는 이탈리아와 펼친 16강전을 비롯, 스페인과의 8강전을 KBS1과 2TV에서 동시에 내보내 공영방송이 상업주의에 더 앞장선다는 곱지못한 시선을 받았다. 이에따라 이번 대회 공동 개최국인 일본의 사례를 귀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목소리가 새삼 높아지고 있다. 일본은 위성방송인 스카이퍼펙 TV만 64개 전경기를 생중계하고 지상파는 경기가중복되지 않도록 사전협의를 거쳐 공영방송인 NHK가 24경기를, 후지TV 등 민영방송사가 16경기를 각각 중계하는 `운영의 묘'를 발휘했다. 중복방송은 시청자의 권익및 자원의 효율적 활용에 어긋난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정규 방송을 빼면서까지 특집 프로를 편성하기보다 기존 프로에서 월드컵관련 내용을 담아내 기존 시청자들의 채널권을 존중해준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하윤금 방송진흥원 책임연구원은 "국내 방송 3사가 자사이기주의에 따라 월드컵프로를 중복편성하는 등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접근했다"면서 "월드컵 특집 프로 역시 미리 기획, 준비된 프로라기보다는 재탕.삼탕 화면을 내보내는 등 급조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