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지게차 부문을 인수해 국내에 진출한 클라크 머터리얼핸들링아시아가 국내 금융계에서 끌어다 쓴 5천만달러 상당의 DA(수출환어음)자금을 갚기 위해 자본유치에 나섰다. 클라크아시아는 수출대금 중 일부를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미국 본사에 지원했으나 이 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기업이 본사와의 문제로 다시 자본유치에 나서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클라크아시아는 미국 본사로부터 3천만달러 이상에 달하는 수출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산업 외환 우리은행 등 국내 다수 은행들로부터 5천만달러 규모의 DA자금 상환압박을 받고 있다. 이 회사 고위 관계자는 "DA자금 상환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채권은행들과 이 문제를 협의하고 있으며 동시에 미국계를 비롯한 투자은행들에서 3천만∼5천만달러를 유치하는 협상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DA자금이란 제품을 수출하면서 대금을 은행으로부터 미리 당겨받는 돈이다. 수입업체에서 미수가 발생할 경우 수출업체가 DA자금 상환을 전적으로 책임지게 된다. 이 관계자는 "수출대금 일부가 클라크아시아로 들어오지 않고 미국 본사의 운영자금 및 구조조정용 자금 등으로 사용됐다"며 "자금유치를 성사시켜 DA자금 상환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클라크아시아는 매년 이익을 내고 있는데다 운전자금 운용 등도 정상적이어서 DA자금만 해결되면 회사운영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 채권은행들은 미국 본사문제 때문에 기존 DA자금 상환연장과 신규 DA자금 지급 등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게차의 원조로 불리는 미국의 '클라크 머터리얼핸들링'은 1998년 삼성중공업 지게차부문을 3천만달러에 인수한 후 99년 클라크 머터리얼핸들링아시아를 설립해 영업해오고 있다. 클라크아시아는 미국 본사 판매망에 의존해 수출하고 있으며 클라크가 전세계에 판매하는 지게차 물량의 약 80%를 담당하고 있다. 클라크 본사는 지난해 4월 미국 법원에 한국의 법정관리와 유사한 파산보호신청(Chapter 11)을 내고 회사갱생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2000년에는 판매망만 남겨둔 채 미국내 공장을 폐쇄하고 지게차 생산설비와 R&D센터를 창원공장으로 모두 이전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