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의 보증수표" 이운재가 드디어 진가를 발휘했다. 이운재는 2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승부차기에서 네번째 키커 호아킨 산체스의 슛을 막아내며 "무적함대" 스페인을 무너뜨리고 한국의 월드컵 4강신화를 창출했다. 이운재는 평소 "키커는 실수를 하지만 골키퍼는 실수가 없어야 한다. 승부차기할 때 5개중 1~2개가 몸 주위 1m 안팎으로 날아온다. 이를 놓치지 않으면 승리는 확실하다"고 말하곤 했다. 이운재는 자신의 말을 확인이라도 시키듯 방향을 읽어낸 호아킨의 슛을 쳐냈다. 이운재는 지난 1월 북중미 골드컵 멕시코와의 8강전에서 승부차기 2개를 막아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청주상고 시절에도 "승부차기의 수호신"으로 불렸고 국내 프로리그 경기에서는 승부차기 승부에서 한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이길 만큼 "철통 수문장"임을 과시했다. 이운재는 이번 월드컵 5경기에서 단 2골만 허용하는 빼어난 방어력을 선보였다. 특히 이날 연장전을 포함한 1백20분간 스페인의 파상공세를 여러차례 저지한 뒤 승부차기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골을 막아냈다. 이날 활약으로 이운제는 명골키퍼에게 주어지는 "야신상"의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게 됐다. 이운재는 1994년 미국 월드컵에 이어 8년만에 월드컵 무대에 복귀했다. 이운재는 항상 김병지의 그늘에 눌려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거스 히딩크 감독의 눈에 들면서 제2의 축구인생을 맞게 됐다. 뛰어난 위치선정으로 미리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그의 수비능력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순발력과 판단력에서 국내 최고를 자랑한다. 어느 누구보다 안정감있는 수비가 믿음직스럽다는 평이다. 청주 청남초등학교 시절 육상부(공던지기)에서 활약,충북대표로 소년체전에 출전했던 이운재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축구로 전환,공격수로 활약한 뒤 청주상고 1학년 때 골키퍼로 포지션을 바꿨다. 이운재는 94년 미국월드컵 C조 3차전 독일과의 경기에 후반 깜짝 투입돼 45분간 무실점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96년 간염으로 태극마크를 떼는 불운을 맛봐야 했다. 이후 2년간 제대로 운동을 못했지만 불굴의 투지와 강인한 체력훈련으로 부활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