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16강전에서 독일이 미국을 1-0으로 힘겹게 꺾는 데는 수비수 토르스텐 프링스와 골키퍼 올리버 칸의 '신의손'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독일의 1골차 리드가 이어지던 후반 5분. 오른쪽 코너킥을 얻은 미국은 클로디오 레이나가 킥을 했고 골지역 오른쪽 모서리 부근에서 에디 포프가 공을 머리에 맞춰 뒤쪽으로 흘려주었다. 순간 독일 수비수는 보이지 않았고 미국의 그레그 버홀터가 뛰어들며 왼발를 뻗어 발리 슛했다. 칸의 손에 살짝 스친 공은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들어가는 듯 했다. 그러나 골포스트에 붙어 서서 `최후의 보루' 역할을 맡은 프링스의 왼쪽 팔에공이 맞고 앞쪽으로 튀어나갔고 쓰러지던 칸이 얼른 흘러나온 공을 품에 안고 몸을웅크렸다. 미국 선수들은 공이 골라인을 통과, 골이라며 항의했지만 이미 심판의 `노골'선언이 나온 뒤였다. 골라인 통과여부는 선상에 선 부심이 1차적으로 판단할 문제. 프링스의 핸들링 여부 판단은 주심의 몫으로 휴 댈러스(스코틀랜드) 주심이 이를 보지 못했는지 아니면 보았으나 고의성은 없었다고 판단했는지 골로 인정하지 않은채 항의하는 미국 선수들의 입을 막아버렸다. 정상적인 `핸드 플레이'로 골문을 굳게 지킨 칸의 활약도 단연 돋보였다. 칸은 전반 17분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미국 랜던 도노번이 아크 왼쪽까지 접근,왼발로 날린 슈팅을 선방한 데 이어 30분에는 역시 도노번이 수비 오프사이드 라인을 뚫고 쇄도해 골지역 왼쪽에서 날린 슈팅을 쳐냈다. 또 전반 36분에는 미국 브라이언 맥브라이드가 왼쪽 측면을 돌파, 도노번에게찔러주고 다시 도노번의 패스를 받은 에디 루이스가 아크 왼쪽에서 1대1로 맞서 날린 왼발 슛도 막아냈다. 칸은 이후에도 빠른 판단력과 순발력, 정확한 위치 선정 등 골키퍼가 갖춰야 하는 기본 자질을 교과서처럼 보여주며 수 차례 위기를 막아내 발라크의 선제골을 지켜냈다. (울산=연합뉴스) econ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