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인삼공사의 공모가격이 시장가보다 높게 결정되자 삼성 LG 동원 현대 등 주간사 증권사에 비상이 걸렸다. 공모청약 경쟁률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청약 첫날 일반 배정분 7백40만주에 대해 18만9천주만이 청약, 0.02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실시됐던 KT 공모 청약 첫날의 일반투자자 경쟁률(0.99 대 1)보다 크게 낮은 것이다. 일반투자자 사이에선 벌써부터 '번거롭게 청약에 참여하기보다 공모주가 쏟아져 나올때 시장에서 싸게 사는 것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기관투자가도 수요예측을 무시한 공모가 결정에 대해 반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부 기관은 청약물량을 줄이거나 아예 청약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공모주 청약이 미달되면 미청약분은 조건이 좋은 교환사채(EB)로 추가발행되는 만큼 이를 노리겠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19일 실시된 수요예측의 경쟁률은 9.34대1에 달했지만 공모가인 1만6천2백원 이상을 써낸 물량은 4만주 정도에 불과했다. 담배인삼공사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가 공모가를 비싸게 결정하면서 공모가 실패로 돌아가면 민영화자체가 늦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사주 7백40만주를 배정받은 직원들도 20일 종가(1만5천5백원)보다 7백원이나 비싼 값에 주식을 사야만 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가 공모가 산정에서 시장을 무시한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수요예측을 실시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번 공모는 기업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3개 국책은행이 가진 3천7백만주(19.37%)를 매각하는 구주 공모로서 공모가격이 높을수록 이들 은행에 돌아가는 몫이 커진다. 지난 20일 열린 가격심의위원회에는 재경부, 기획예산처, 3개 국책은행, 담배인삼공사 관계자들이 참석해 공모가격을 결정했다. 증시일각에선 담배인삼공사의 20일 종가도 인위적으로 형성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날 담배인삼공사에는 장 초반부터 모건스탠리와 메릴린치 워버그 등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총 31만8천주의 '사자' 주문이 쏟아졌다. 그러나 외국인은 이날 9천1백주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담배인삼공사는 외국인 보유한도가 꽉 차 외국인은 추가 매수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 증시 관계자는 "담배인삼공사 주식공모와 이해관계가 있는 기관들이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통해 주가를 받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