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 프랑스월드컵 때 한국을 5-0으로 격파한 네덜란드가 지금 한국팀과 경기를 한다면 과연 이길 수 있을까?" 홍순용(洪淳龍) 네덜란드한인회장은 네덜란드 일간지 파롤이 폴란드전 승리 이후 보도한 이같은 1면 머릿기사 제목이 요즘 네덜란드 현지 언론 논조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이탈리아전을 앞둔 18일 아침 왕년의 축구영웅으로 바르셀로나팀 감독도 역임했던 요한 크루이프도 방송에 출연해 "한국팀을 지도한 히딩크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홍 회장은 월드컵대회 개막 전에는 네덜란드팀의 탈락으로 침울했던 네덜란드인들이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한국팀이 폴란드를 꺾고 선전하자 히딩크 감독이 한국축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뜨거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네덜란드 언론의 한국 축구팀에 대한 열기는 뜨겁다고 홍회장은 말했다. 네덜란드 양대 일간지중 하나인 알게메인다그블라트는 일본팀을 지도한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은 4년 걸려서 한 팀플레이 정착을 히딩크 감독은 1년6개월만에 해냈다고평가했다. 또 일간지 파롤은 히딩크 감독이 한국의 위계질서, 학연, 지연 등 조직문화를 잘 파악해 자신의 팀에서는 과감히 타파했다고 전했다. NRC방송은 최근 히딩크 감독이 포르투갈전 입장 때 관중들로부터 인기선수들보다 더 큰 환호를 받았다며 그러나 한국귀화문제에 대해서는 "네덜란드 국적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단호히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방송은 히딩크 감독이 자신이 한국팀 선수들을 지도하는 방향이 자신에게는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나 한국 사회는 아직도 위계질서에 사로잡혀 있어 상당히 새롭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일간지 드폴크스크란트는 지난 17일자에서 트루시에 감독과 히딩크 감독이 각각 일본과 한국팀을 지도, 영웅이 됐다고 소개하고 한때 외국인 감독을 경원하던 사람들과 기업들이 이제는 그들의 가장 큰 팬이 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한국의 한 언론인이 히딩크 감독이 스페인과 아일랜드 경기를 관전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며 한국인들은 유럽인들과 달리 앞으로 일어날 일을 내다보지 않고 현재 순간에만 살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또 트루시에 감독은 록스타처럼 행동하려는 거만한 일본선수들과 싸운데 비해 히딩크 감독은 위계절서에 사로잡인 선수들과 싸워야 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최대 일간지 드텔레그래프는 네덜란드 최고의 명문 축구팀 PSV에인트호벤의 해리 반 라아이지 회장이 포르투갈전 직후 히딩크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히딩크 감독이 "내가 다른 팀으로 옮길 경우 2-3명의 한국선수들을 데리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히딩크 감독은 그러나 이 한국 선수들에게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 축구 강대국에서는 후보선수로 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가지 말라고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또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 인터뷰를 싣고 정 회장이 히딩크 감독 영입이 자신이 내린 결정중에서 가장 잘한 일이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헤이그=연합뉴스) 김창회특파원 c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