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서울을 비롯한 5대 도시의 상가임대료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여 30% 이상 올린 일부 과다인상 사례를 적발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이는 내년 1월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임대료가 한꺼번에 많이 오르는 바람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영세 임차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서 그 취지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정부당국은 법 시행시기를 오는 9월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전산망 개발 등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적지 않아 법 시행에 앞서 시정명령은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공정위 조치가 당장 큰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우선 급히 조사에 나선 바람에 조사범위가 제한됐고 표본수도 1백여개로 너무 적어 조사결과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한 예로 참여연대에 접수된 천여건이 넘는 임대료관련 신고건수중 20∼30% 이상이 서울이외 지역에서 들어왔는데도 지방에선 과다인상 행위가 없었다는 공정위측 조사결과 발표는 별로 설득력이 없다. 그렇다면 정부는 우선 정확한 실태파악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국세청 통계청 한국은행 공정위 등 관계기관들의 유기적인 협조를 바탕으로 수백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전국의 상가임대차 계약에 대한 체계적인 간이조사 실시를 검토할 만하다. 임대료 30% 이상 인상을 기준으로 공정위가 시정명령을 내린 것 또한 객관적인 근거가 없어 자의적인 행정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임대료 인상률은 상가위치나 경제상황에 따라 편차가 매우 크게 마련인데 일률적으로 과다인상 여부를 판정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리고 임대료 과다인상에 대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23조의 불공정거래행위 금지조항을 적용하는 것도 과연 타당한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쨌든 사태가 이렇게 악화된데는 현실을 무시한 졸속입법 탓이 크다. 우리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여파로 전세보증금이 크게 올랐던 지난 80년대말과 같은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여러차례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준비 없이 입법을 강행하는 바람에 우려했던 상가임대료 과다인상은 물론 단속을 피하기 위한 편법·이면계약이 성행할 가능성마저 높은 형편이다.정부는 관계법 정비를 서두르되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서 보호대상인 영세상인의 범위, 임대료인상률 상한선, 월세전환시 임대보증금에 적용하는 이자율 등을 규정할 때 시장상황을 감안해 최대한 신중을 기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