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재등장한 '투르크의 후예'들이 허물어졌던 제국의 옛 영광을 되살렸다. 한국에서 벌어진 C조 조별리그에서 천신만고 끝에 첫 2라운드 진출의 쾌거를 이룩했던 터키는 18일 미야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16강전에서 위미트 다발라의 헤딩슛 한 방으로 홈팀 일본을 1-0으로 제압, 준준결승에 오르는 감격을 안았다. 지리적으로 보스포로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교량 역할을 하고 있는 터키는 거센 풍파에 시달렸던 근대사만큼이나 축구 역사도 순탄치 않았다. 1923년 축구협회가 설립되고 국제축구연맹(FIFA)에 가입했지만 인구의 99.8%가 이슬람교도로 서방을 경계한 탓에 초기에는 축구가 활성화되지 못했다. 월드컵에 첫 출전했던 54년 스위스대회에서 터키는 한국에 7-0의 쓰라린 대패를 안겼지만 자신들 또한 2라운드 진출에는 실패했다. 이후 세계 축구계에서 잊혀져 가던 터키는 90년대로 접어들며 경제발전과 더불어 광적인 팬들이 가세하면서 축구 또한 급성장했고 '99-2000 유럽축구연맹(UEFA)컵에서 명문클럽 갈라타사라이가 정상에 올라 유럽대륙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2000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는 당당히 8강에 진출, 터키는 축구의 본고장에서 명실공히 강팀으로 자리 잡게 됐다. 이번 대회 예선에서는 스웨덴, 슬로바키아, 몰도바, 마케도니아 등과 함께 유럽의 4조에 편성돼 6승3무1패의 성적으로 2위를 차지한 뒤 플레이오프에서 오스트리아를 연파하고 반세기만의 본선에 진출을 달성했다. 두번째 월드컵 본선에 오른 터키는 C조 조별리그 브라질과의 1차전에서 골게터하산 샤슈가 선제골을 터뜨리고도 1-2로 역전패한 뒤 코스타리카와의 2차전도 아쉽게 1-1로 비겨 16강 진출이 좌절되는 듯 했다. 그러나 터키는 3차전에서 중국을 3-0으로 꺾고 16강 티켓을 거머쥔 뒤 당초 예상을 보기좋게 뒤엎고 홈팀 일본마저 1-0으로 제압함으로써 이변으로 점철되고 있는 이번 월드컵 무대에서 한 축을 차지할 전망이다. 오는 22일 오사카월드컵경기장에서 '기적의 팀' 세네갈과 4강 티켓을 다투게 된 터키는 월드컵을 통해 '투르크족의 영광'을 세계 만방에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미야기=연합뉴스)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