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17일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앞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 재신임 문제와 지도부 인책론, 향후 당 진로등을 놓고 숙의를 거듭하고 입장을 조율하는 등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노 후보측 = 김원기(金元基) 정치고문, 문희상(文喜相) 대선기획단장, 정동채(鄭東采) 후보 비서실장, 천정배(千正培) 정무특보, 홍석기 후보 비서실 기획팀장이회의에 앞서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모여 각 현안에 대한 입장을 조율했다. 이들은 모임 후 정리된 의견을 정동채 비서실장을 통해 노 후보에게 전했고, 노후보는 이를 보고받은 후 당초 참석 여부를 고민중이던 회의에 참석, 인사말을 통해전격적으로 `8.8 재보선후 후보 재경선' 입장 등을 발표했다. 모임 후 문희상 의원은 후보 `즉각 용퇴' 주장에 "무책임한 일이며 말도 안되는소리로 그런 것은 없다"고 했고, 천정배 의원도 "그 많은 대의원들을 통해 뽑힌 후보가 사퇴한다면 그것 자체가 무책임한 일로서 난센스"라고 말했다. 정동채 의원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노 후보가 즉각 사퇴할 가능성을 일축한 뒤 황급히 노 후보에게 논의결과를 보고하고 당사로 이동했다. 다만 홍석기 기획팀장은 이에 대해 "현실적으로 보면 난센스이지만 무수히 많은 생각을 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노 후보의 `모종의 결단' 가능성을 시사한 뒤 "노후보가 당초 예정과 달리 회의에 참석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쇄신파 = 김근태 추미애 장영달 설훈 강성구 임종석 의원 등 쇄신파 23명도 회의에 앞서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모임을 갖고 통일된 입장을 정리했다. 이날 모임에는 이들 외에 박인상 정철기 김택기 문석호 박상규 곽치영 천용택 송영길 김태홍 조한천 조성준 이미경 최용규 허운나 천정배 의원이 참석했고, 빙부상중인 이재정 의원이 서명으로 참석을 대신했다. 노 후보나 한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이 주축인 이들은 노 후보 재신임문제에 대한 조속한 매듭과 후보 및 당 지도부의 동시 재신임 등을 주장, 당내 분란 조기수습과 `제2쇄신' 등을 통한 `당의 거듭나기'에 초점을 맞췄다. 모임 후 장영달 의원은 브리핑에서 "노 후보와 이인제 의원이 후보와 대표로 손잡고 새롭게 당을 짜는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설훈 의원의 제안에 대해 상당수의원들이 노 후보, 이 대표의 역할 분담에 대해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지방선거 참패 원인을 현정권의 부정부패 비리로 보고 당이 부패로부터 단호히 절연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했고 ▲김방림(金芳林) 의원의 검찰출두▲대통령 자제 문제에 대한 엄정한 수사 ▲아들문제와 관련한 특검제 도입 ▲부패스캔들에 대한 청와대 비서진 책임 등을 거론했다. ◇비주류 = 경기도 및 충청.영남권 출신의 비주류 의원들은 대체로 후보사퇴에무게를 두면서도 회의에 앞서 사전모임 등 눈에 띄는 행동을 자제했다. 이는 자신들의 행동이 자칫 이인제(李仁濟) 의원의 뜻을 대변한 것으로 비칠까우려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이 의원도 경선 당시 자신을 도왔던 참모들에게 이번 사태에 대해 "철저히 입을다물라"면서 관망하는 태도를 유지했다. 다만 당내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 의원의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김기재(金杞載)의원과 김효석(金孝錫) 의원이 회의에 앞서 한 호텔에서 만나 대책을 논의한 장면이목격됐다. 김기재 의원은 호텔을 나서면서 "노 후보와 지도부가 모두 기득권을 포기해야한다. 그래야 제3세력의 영입도 가능하다"고 `기득권 포기→백지 설계론'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이후 김 의원은 당사 지하 1층에 마련된 회의장에서 기자와 만나 이날호텔 모임에 대해 "오늘 회의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은 뒤 "나는 무조건적인 후보사퇴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gija007@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강원 고형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