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뒷심 부족으로 나흘만에 내렸다. 만기일 부담을 털어내며 가벼운 행보가 기대됐지만 830대 매물대를 넘기에는 시장 체력의 한계가 컸다.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 부담이 해소되면서 개장초 830선을 웃돌기도 했으나 장후반 하락세로 돌았다. 최근 외국인 매도세 약화 등 미국시장과의 차별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으나 기로에 선 미국 시장의 흐름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심상치 않다. 미국의 경기회복 기대를 받쳐온 소비지표가 5월 들어 예상보다 큰 폭 둔화됐다는 소식은 경기가 회복신호를 보내다 다시 주저앉는 '더블딥(double dip)' 우려감으로 또 다시 이어지며 불안감을 고조시킨 것. 뒤이어 주말 미국의 6월 소비자 신뢰지수가 90.8로 잠정집계돼 전달 96.9와 전문가 예상치 96.6을 크게 밑돌아 경기 회복 전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러한 미국 경기 불투명성으로 수출이 활력을 얻지 못하면서 국내 소비자기대지수도 2개월째 하락세를 보여 최근 증시 조정과 맞물려 경기회복 기대감의 둔화를 반영했다. ◆ 미국, 더블 딥으로 가나? = 미국의 5월 소매판매가 전달보다 0.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소비둔화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소비는 거시지표 호조가 기업실적으로 이어질 것인가를 확인할 수 있는 매개지표라는 측면에서 실업률지표와 함께 그 중요성이 언급되고 있다. 지난 4월 소매판매가 1.2% 증가하며 강한 경기회복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것에 비해 어느 정도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어왔지만 그 악화정도가 당초 예상치를 뛰어넘는 수준. 5월 소매판매가 부진했던 것은 항목별로는 자동차, 주유소, 백화점 매출이 부진한데서 기인했고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도 0.4% 감소했다. 현대증권 엄준호 연구원은 “소매판매 부진으로 더블딥 가능성이 더욱 힘을 얻고 있어 미국 시장에서 추가 충격이 나오지 않을까 촉각이 곤두서있다”며 “아직 판단하기 이르지만 미국이 반등에 실패할 경우 충격이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소매매출 둔화로 소비둔화 우려가 현실화됐고 향후 추세적으로 악화되며 성장성 둔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시장이 다우 9,500과 나스닥 1,500선에서 추가하락할 경우 심각한 국면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소비경기 둔화는 2/4분기 미국 경기회복 강도 약화라는 이미 예견된 전망속에 포함돼있으며 향후 3분기와 4분기 노동시장 안정과 계절적 요인에 의한 출하증가로 경기가 반등을 다시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하고 있다. 소비지표로 불투명성이 더해진 미국경제의 전망은 지난해 말이후 재정정책 약효가 다하고 있지 않느냐는 우려와 맞물려있어 당분간 기업실적 호전으로 확인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은 모습이다. ◆ 매수를 주저케 하는 흐름 = 시장관계자들은 수급과 재료면에서 당분간 현지수대를 돌파할 만한 뚜렷한 상승 모멘텀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800~830선 박스권이 전망하고 있다. 국내 펀더멘털을 기초로 800선 아래에서는 강한 대기 매수세가 있으나 지수 20일선이 위치한 831선을 넘기에는 힘이 부친다는 평가.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오를 만한 이유를 찾기 힘들 정도로 시장이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라며 "해외 여건이 많이 어려워 단기 낙폭에 대한 반발매수 이외에는 특별한 매수도 찾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신영증권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지수반등이 개별종목을 포함해 폭넓게 나타나고 있어 시장 심리 회복에는 기여하고 있지만 미국시장이 돌아설만한 요인이 없는 점이 한계”라며 “아직 심리적 약세권역이지만 780선 바닥을 확인했다는 심리가 있어 800~850선을 반등권역으로 본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면은 트리플위칭데이 만기를 거치며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고가 5,000억원대로 급감, 기관의 매수여력 확대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여기에 지난 두달간 급격한 지수조정을 거쳐 이젠 800선 부근에서는 해외악재에도 내성이 길러졌다는 평가도 자연스럽다. LG투자증권 박준범 책임연구원은 “미국 실적이 관건인데 외국 언론에서는 2분기 개선폭이 전분기에 비해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800선 부근에서는 가격매리트가 부각된다”며 “현재 다우와 나스닥 가격권이 높지 않아 실적전망이 좋은 쪽으로 나타날 경우 급격한 반등 양상도 전망된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조용찬 수석연구원은 "트리플위칭데이 이후 담배인삼공사의 청약이 남았지만 물량부담이 줄어들었고 최근 일본시장에 유입됐던 외국인 자금이 빠지며 한국시장에 유입된 양상"이라며 "800선 부근에서는 공격적 매도가 적어 시장 안정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 특별히 수급개선의 모습은 없지만 미수금이 7,000억원 밑으로 줄고 6월말 반기 결산을 앞둔 기관의 기준가 올리기 작업도 있다"며 "낙폭과대 실적주 중심으로 기관과 외국인의 관심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