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 14일. 한국 축구의 신기원인 월드컵 본선 16강 진출 여부가 판가름나는 결전의 날이 밝았다. 월드컵 본선에서 사상 첫 승리를 따내 1차 목표를 달성한 한국은 내친 김에 온 국민의 염원인 16강 진출을 이루기 위해 14일 오후 8시30분 인천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후회없이 내달려 조별리그 최종전을 마무리한다. 상대는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 가운데 하나인 세계랭킹 5위 포르투갈. 앞선 2경기에서 1승1무승부로 승점 4를 챙긴 한국은 미국에 불의의 일격을 당해 1승1패(승점3)에 그친 포르투갈과 비기기만해도 16강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비기는 작전은 곧 패배'라며 반드시 포르투갈을 꺾고 당당하게 결선토너먼트에 나선다는 다짐이다. 포르투갈은 루이스 피구, 세르지우 콘세이상, 파울레타 등 세계 정상급 스타플레이어를 보유한 호화 군단. 하지만 끈끈한 조직력을 앞세운 한국팀은 마지막 종료휘슬이 울릴 때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를 새롭게하고 있다. 전날 오후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약 1시간30분간 가벼운 패싱훈련으로 몸을 푼 뒤 측면 및 중앙공격루트를 점검하며 결전을 대비한 한국 대표팀은 이날 오전에는 숙소인 인천 파라다이스오림포스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며 결전에 대비했다. 특히 한국팀은 부상중인 최용수를 제외하고 이영표, 박지성 등 부상자들이 거의 모든 훈련을 소화함으로써 우려했던 전력 손실도 거의 없어 사기가 드높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포르투갈이 강한 팀이긴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한 뒤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대표팀은 미드필드 싸움에서 모든 것이 판가름날 것으로 보고 튼튼한 미드필드진의 압박을 바탕으로 포르투갈 미드필더들과 정면승부를 펼친다는 전략이다. 미드필드진의 선봉에는 김남일이 선다. 박지성이 완전한 컨디션을 회복치 못할 경우 이을용, 유상철과 함께 철벽을 구축할 김남일은 정상 컨디션을 회복한 포르투갈 플레이메이커 주앙 핀투 또는 후이 코스타를 철저히 묶는 임무를 맡는다. 또한 파울레타를 중앙에 둔 채 좌우에 피구와 콘세이상이 버틴 포르투갈의 빠른 공세를 이영표, 홍명보, 최진철, 송종국으로 구성된 포백수비라인이 차단하면 의외로 승부는 일찍 갈릴 수 있다. 조커자리를 넘어 최전방 원톱으로 선발출장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안정환이 포르투갈 중앙수비수 조르제 코스타와 페르난두 코투의 느린 발을 공략해 미국전에 이어 다시 한번 골문을 흔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전국에서 사상 최대인 150만명이 길거리 응원을 펼치는 등 선진국에서 조차 부러움과 찬사를 쏟아낸 `붉은 악마'가 있기에 이들이 토해낼 '대~한민국'의 함성은 선수들에게 무한한 힘을 불어 넣어 줄 것이다. 한편 이날 오후 3시30분에는 일본에서 열리는 H조 조별리그 최종전이 열려 공동개최국 한국과 일본의 16강 진출여부가 모두 가려진다. (서울=연합뉴스)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