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호남당'으로 전락하지 않을지 모르겠다." 13일 전국에서 일제히 치러진 지방선거 결과 민주당은 초상집 분위기를 방불케 했다. 그만큼 이번 선거는 민심이 철저히 민주당을 등진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심이반의 핵에는 김대중 대통령 아들들의 잇따른 게이트 연루의혹이 자리잡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그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우선 민주당은 최근 선거에서 한번도 패배한 적이 없는 서울시장 자리를 한나라당에 어이없이 내주고 말았다. '세대교체론'을 무기로 빼든 38세 김민석 카드가 무력하게 무너지고 만 것이다. '미니대선'으로까지 불리는 수도 서울에서의 참패는 12월 대선가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는 매우 불길한 징조다. 부산민심은 고향출신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구애'를 매몰차게 뿌리쳤다. 노 후보가 '재신임'이란 배수진을 치고 승부를 걸었지만 한이헌 시장후보가 20%대의 지지를 획득하는데 그쳤다. 이는 '노풍'(盧風)의 부산상륙작전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을 뜻한다. 아울러 영남 교두보를 발판삼아 'YS+DJ'지지세력을 결집시키려던 '신민주연합론'도 물 건너 갔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반드시 DJ를 손봐줘야 하겠다'는 영남의 정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멀어진 영남민심 수습책 마련이 급선무임을 강조했다.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로 나선 진념 전 경제부총리도 한나라당 손학규 후보에게 개표초반부터 맥없이 밀려나고 말았다. 한나라당측으로부터 "당정분리 원칙을 훼손했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둔 무리수가 결국은 악수가 되고 만 형국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충청 민심은 향후 자민련과의 결별을 예고했다. 자민련에서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겨 '변절자' 낙인이 찍혔던 이원종 충북지사는 충절의 고향에서 재신임, 면죄부를 받았다. 철옹성같던 대전시장직마저도 '거함' 한나라당의 위력에 크게 요동쳤다. 충청권은 '자민련 텃밭'이라는 올무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을 의미한다. 또 충청민심이 12월 대선에서 유일하게 지역출신 후보를 낼 한나라당쪽으로 완전히 돌아섰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편 군소정당의 사상 첫 광역단체장 진입은 당초 예상을 뒤엎고 무산됐다. 울산시장 선거에 나선 민주노동당 소속의 송철호 후보는 한나라당의 막강 조직표에 밀려 박맹우 후보에게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