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기와 유권자들의 무관심 등으로 투표소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침체된 분위기였다. 또 상당수 유권자들은 후보들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투표 직전까지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 일부 유권자들은 광역단체장 후보를 제외하곤 기초단체장 후보조차 누가 출마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정당 기호만 보고 투표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전미정씨(23·인천시 부평구 부개동)는 "시장 후보는 알겠는데 다른 후보들은 전혀 모르겠다"며"그냥 특정 기호로 통일해서 찍었다"고 말했다. 김송월씨(73·서울 종로구)는 "선거 공보를 보고 지지 후보의 이름들을 겨우 외웠다"며 "그런데 막상 투표장에 와서는 잊어버려 아무래도 다른 후보를 찍은 것 같다"고 밝혔다. ○…각 지역별 최고령자들이 투표에 적극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 지역 최고령자인 임애지 할머니(1백4·종로구 평창동)는 아들 김택렬씨(65·사업) 내외와 손자의 부축을 받아 평창동 예능교회 교육관에 마련된 제 6투표소에서 투표권을 행사했다. 임 할머니는 지금까지 선거때마다 한번도 투표를 거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최고령자인 한기화 할머니(1백14)는 북구 구포1동 동사무소에서 신성한 한표를 행사했다. 지난 1월 결혼 80주년을 맞아 최장수 부부로 화제에 올랐던 올해 1백3세의 이춘관 할아버지는 큰 아들 태식씨(70)의 부축을 받고 13일 아침 일찍 제주도 남제주군 대정읍 제8투표소(대정읍사무소)를 찾아 투표했다. 이 할아버지는 부인인 송을생 할머니(98)가 지난 2월 운명해 지금은 홀로 됐다. 경북 포항지역의 최고령자인 허병수 할머니(1백3)는 장기면 제2투표소에서 아들과 함께 투표를 마치고 이웃 주민들과 투표소 참관인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올해 1백13세로 경기도내 최고령 유권자인 양다학 할머니(부천시 중4동)는 부광초등학교에 설치된 중4동 제4투표소에서 귀중한 한표를 행사했다. 제주도내 최고령자인 정서운 할머니(1백12)도 불편한 몸을 이끌고 투표에 참여했다.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 시의원 후보 안동기씨(49)의 어머니 권인기씨(75)는 "처녀 유권자의 표를 먼저 얻으면 당선된다"는 속설을 믿고 아들의 재선을 위해 투표소 앞에서 가족과 교대로 밤새 줄을 서서 기다려 눈길을 모았다. 권씨는 선거일인 13일 오전 4시께 알고 지내던 처녀 송모씨(21)를 투표소로 데려와 줄을 서게 한 뒤 투표가 시작된 오전 6시에 가장 먼저 투표를 하게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지방선거에 처음으로 도입된 전자개표기기 총6백50대를 전국 개표소에 배치했다. 또 전자개표기 관리·운영을 맡은 SKC&C측은 개표기 고장에 대비해 예비로 기기 50대와 헬기를 대기시키기도 했다. ○…말기 암환자가 투표를 하러 가다 실신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전북 부안군 주산면 사산리 김규석씨(72)는 투표구가 설치된 주산중학교에서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갑자기 쓰러졌다. 위암 말기인 김씨는 결국 투표는 하지 못하고 응급차에 실려 인근 혜성병원으로 옮겨졌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