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주택] 종로구 평창동 '조각이 있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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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이 있는 집"은 보기에도 아름다움이 넘쳐난다.
집안 가득히 조각작품을 담고 있는 또하나의 조각이다.
몸체 지붕 벽체 계단 창문 등 집을 구성하는 부속품들도 하나같이 조각같아 미려한 구성미가 절로 묻어난다.
그 부품들이 다시 정교하게 엮여서 거대한 조각품을 형성한다.
이것이 "조각이 있는 집"이다.
이 집의 주인은 중견 조각가인 정관모씨 부부다.
남들이 쉽사리 생각하기 힘든 조각을 테마로 등장시킨 것은 이들 집주인의 직업 때문이다.
이로인해 집이름도 "조각이 있는 집"으로 붙여졌다.
조각이 있는 집은 전체적으로 정씨의 작품이 주요 개념으로 형상화됐다.
전면에 길게 늘어진 도로에 부응하기 위해 몸체는 직사각형의 단순한 형태로 만들었다.
사각형 몸체 전면 중앙엔 검은색 직육면체를 배치하고 위쪽으로는 날렵한 유선형 지붕을 얹었다.
이들 엑센트는 사각형 몸체가 풍기는 단순함과 지루함을 단번에 걷어내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외관의 포인트 역할을 하는 전면의 검은 직육면체는 계단실 공간이다.
이 계단실은 시골마을의 장승을 현대적으로 표현했다.
검은색 계열에 빨간색 띠를 둘러 단순화시켰지만 첫 눈에 한국적인 기운이 느껴진다.
한국적 토속미도 강하게 드러난다.
이같는 토속미는 정관모씨의 작품성향을 컨셉트로 도입한 것이다.
집을 수호하는 의미도 있다는 것이 설계자의 설명이다.
하늘을 향해 꺾여진 평판지붕도 강한 조형미가 배어난다.
2층 베란다엔 지붕과의 조화를 염두에 두고 굵은 기둥을 일렬로 세웠다.
몇 안되는 조형 요소지만 서로 빈틈없이 어우러져 품어내는 구성미가 압권이다.
실내공간도 외형만큼이나 재미있다.
틈새마다 작품을 배치하는 공간이 있어 집 자체가 하나의 작은 갤러리다.
현관을 통해 들어가면 "문방"이라고 이름붙인 마루가 놓여져 방문객들을 맞는다.
전통주택의 마루를 그대로 재현해 편안한 느낌을 준다.
마루의 반층위엔 거실과 서재가 위치해 있고 곧바로 이어지는 위층엔 부엌과 부부침실이 있다.
각 실에서는 북한산 전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전경에 따라 적절한 높낮이로 실내 공간을 배치했기 때문에 얻어진 조망권이다.
이로인해 각 실간 이동도 수월하고 사적인 공간과 손님맞이 공간도 자연스럽게 구분됐다.
지하공간도 돋보인다.
정문과 쪽문을 통해 들어서면 바로 지하로 연결된다.
지하엔 남편과 아내의 작업실이 있고 앞쪽엔 선큰가든(지하마당)을 만들어 햇빛을 끌어들였다.
지하실 입구에는 "머무는 공간"이란 작고 아담한 연못이 있다.
무미건조한 콘크리트 건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신선한 곳이다.
그 옆의 틈새엔 대나무가 심어진 "흙의 공간"이 놓여있다.
조그맣게 열린 천장에서 쏟아지는 햇빛과 수면이 어우러져 그려내는 풍경이 일품이다.
대형작품을 주로 제작하는 남편의 작업실은 지하주차장과 붙어있다.
작품을 쉽게 들여오거나 내보내기 위해서다.
아내의 작업실은 전체적으로 포근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나도록 꾸며 남편 작업실과 차별화했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이 집은 도로에서 약간 안쪽으로 들어가 지어졌다.
도로의 높은 쪽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북한산을 마음대로 볼 수 있게 하기위해서다.
이 집은 감각이 무딘 사람도 아름다운 집이 어떤 것인가를 느끼게 해줄 것 같은 집이다.
"멋있고 좋은 집"이라면 으례히 값비싼 마감재에 화려한 가구로 치장된 집을 연상하는 사람들에게도 뭔가 다른 생각을 갖게해 줄 것 같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
건축메모
규모:대지면적-93평,연면적-114평,건축면적-46평,지하1층.지상2층.
위치:서울시 종로구 평창동,구조-철근콘크리트조.
설계:자연과건축 조인철 소장 (02)741-0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