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경기에 5골, 그것도 머리로만…. `골든 헤드' 미로슬라프 클로세(24.카이저스라우테른)의 믿기지 않는 `마술' 앞에 24년간 월드컵을 지배해온 마(魔)의 6골이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클로세는 11일 카메룬과의 E조 마지막 경기에서 후반 34분 헤딩으로 쐐기골을 작렬, 개인통산 5골로 욘 달 토마손(4골)을 제치고 득점 단독선두를 되찾으며 `전차군단' 독일을 16강으로 견인했다. 이제 6골과는 1골차. 78년 아르헨티나월드컵 이후 6개 대회에서 6골이 내리 득점왕으로 연결된 등식이 바람 앞의 등불이 됐다. 앞서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첫판에서 3골로 대회 첫 해트트릭을 세운 데 이어 아일랜드전에서 1골을 보탰다. 이런 추세라면 6골 돌파는 의문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더구나 그의 주무기는 골키퍼의 위치 예측을 불허하는 헤딩슛. E조 1위를 차지한 독일이 16강에서 맞붙을 상대가 약체인 B조 2위란 점도 70년당시 서독의 게르트 뮐러 이후 32년만의 독일 출신 득점왕을 꿈꾸는 클로세의 야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클로세의 머리를 앞세운 전차군단의 진군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속단할수 없지만, 일단 그가 뮐러-위르겐 클린스만으로 이어지는 독일 특급 골잡이 계보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 만큼은 분명한 사실이 됐다.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를 통해 월드스타로 발돋움한 클로세의 폭발력은 골 세리머니 때 그라운드를 마치 마루로 삼아 텀블링을 하는 가공할 탄력에 있다. 182㎝로 스트라이커로서는 그리 큰 키는 아니지만 체력이 좋고 특히 서전트 점프가 좋아 헤딩시 타점이 190㎝대의 웬만한 꺽다리를 능가한다. 그의 타고난 운동신경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이다. 핸드볼과 축구선수였던 부모 밑에서 어릴 적부터 체조를 통해 축구의 기초를 닦았다. 100m를 11초대에 주파하는 빠른 발에 위치선정도 탁월하다. 이날 카메룬전에서는 후반 5분 상대 허리를 바람처럼 가로지른 뒤 수비수 3명사이를 파고드는 절묘한 스루패스로 마르코 보데(베르더 브레멘)의 선제골을 엮어냈다. 클로세와 관련해 한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그 때문에 가장 속이 쓰린 사람이 폴란드의 예지 엥겔 감독이란 점. 폴란드 오폴에서 태어난 이중국적자인 클로세는 월드컵을 앞두고 엥겔 감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마음이 흔들렸으나 독일 루디 푀일러 감독의 구애와 `낳은 정'보다 `기른 정' 때문에 독일을 선택했다. 폴란드 이민 소년이 일약 뉴 밀레니엄 최고의 `킬러'로 자라나 녹슨 전차군단의 새로운 엔진이 된 것이다. 클로세는 "득점왕에 욕심이 나지만 앞으로 팀이 이겨야 나도 있는 것 아니냐"며 다부진 각오를 보였다. (시즈오카=연합뉴스)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