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조별리그에서 16강 진출이 완전히 좌절된 나라들의 '딴지 걸기'가 시작됐다. 앞선 2경기를 모두 패하면서 짐을 꾸릴 준비를 하긴 했지만 오히려 16강 진출의'캐스팅보트'는 이들이 쥐게 된 것. B조의 슬로베니아, C조의 중국, D조의 폴란드, E조의 사우디아라비아, F조의 나이지리아가 그 주인공들로, 이들은 심술 부릴 채비를 마쳤다. 현재 스페인의 16강행이 확정된 B조는 남아프리카공화국(1승1무)이 슬로베니아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남아공은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16강 티켓을 손에 넣지만 만약 패하고 슬로베니아가 파라과이(1무1패)와의 경기에서 대패하면 졸지에 파라과이에 밀려나게 된다. 브라질이 티켓 한장을 예약해놓은 C조에서는 코스타리카가 1승1무를 기록하고도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 코스타리카는 강팀 브라질과 상대하는 데 반해 1무1패인 터키는 중국과 맞붙는 까닭에 브라질에 지고 터키가 중국을 대파하면 16강을 놓치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사력을 다할 이유가 없는 브라질이 비기거나 지고, 월드컵 첫 무대에서 어떻게든 1승을 올리려고 애쓰고 있는 중국이 터키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D조의 경우에도 한국,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6실점하는 동안 1골도 못넣고 2연패해 탈락한 폴란드의 행보가 궁금하다. 만약 마지막 경기에서 폴란드가 1승1무인 미국을 꺾고 포르투갈(1승1패)이 한국(1승1무)과 비기거나 1골차 이내에서 이기게 되면, 사실상 가장 여유있는 입장이었던 미국은 졸지에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E조는 2패를 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실력은 '최약체'인 반면 3팀의 운명을 졸지에 뒤바꿀 만한 '핵폭탄'으로 불린다. 1승1무인 독일과 카메룬이 맞붙고 아일랜드(2무)가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붙는 가운데 사우디가 아일랜드에도 대량 실점하며 지는 경우가 가능해진다. 이때 독일과 카메룬은 이기는 쪽이 16강 티켓을 얻지만 만약 비길 경우에는 세 팀이 골득실을 따져야 한다. 이밖에 막판까지 혼전인 '죽음의 조' F조에서는 나이지리아가 잉글랜드에 고춧가루를 뿌릴 가능성이 있다. 현재 1승1무인 잉글랜드는 가장 유리한 상황에 있다는 평가이지만 만약 나이지리아에 패한 상태에서 아르헨티나가 스웨덴을 꺾는다면 스웨덴과 골득실 차 계산 끝에 탈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코하마=연합뉴스)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