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목마르게 갈망했던 승리였던가. 월드컵에 나간지 반세기 만에 처음 쏜 승리의 축포. 6월4일 저녁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의 승리는 단순히 폴란드를 2-0으로 이긴 것만이 아니다. 한국 축구와 한국의 새로운 가능성이 입증됐다. 월드컵 본선 48년 만에 따낸 한 맺힌 승리는 바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물꼬이기도 하다. 온 국민은 그래서 '대한민국'을 외치며 승리에 취했고 감격에 겨워했다. 한국의 황선홍이 날린 슛이 폴란드의 골망을 흔드는 순간, 한반도에는 전율이 감돌았다. 유상철의 대포알 같은 슛이 폴란드 골문을 갈랐을 때, 대형 태극기는 붉은 악마의 머리를 타고 넘으며 물결쳤다. 온 국민은 감전이나 된 듯 하나가 돼 함성을 질렀다. 붉은 악마가 점령한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은 물론 대형 중계판이 설치된 서울 광화문에서 제주 탑동해안 광장까지 전국을 뒤덮은 함성은 너나 할 것 없이 얼싸안고 기뻐하는 감격의 파도로 일어났다. 붉은 악마는 경기가 끝난 뒤에도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외쳤다. 한국 대표팀은 경기 시작 직후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얼굴은 긴장했고, 몸은 경직됐다. 폴란드에 경기 시작하자마자 찬스를 내주기도 했다. 월드컵 첫 승에 대한 부담은 그렇게 컸다. 그러나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황선홍 박지성 설기현 등 공격진은 폴란드의 수비진을 교란하기 시작했다. 한국선수들의 몸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벼워지는 듯했다. 전반 26분. 이을용이 골문 앞으로 낮고 짧게 센터링해준 것을 황선홍이 왼발로 논스톱 슛, 폴란드의 골망이 흔들리는 것과 동시에 전국이 함성으로 뒤덮였다. 후반 8분 유상철의 대포알 같은 중거리슛. 승부는 이것으로 결정났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