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기 첫 월드컵이 막을 올리면서 지구촌이 온통 축구열기로 가득한 가운데 아시아에서 처음 개최되는 월드컵을 바라보는 아시아 각국의 반응도 다양하다. ▲아프간 20여년간 계속된 전쟁으로 황폐화된 나라를 부흥시키기 위한 노력이 한창인 아프니스탄. 아프간축구협회의 자르마이 포인다 기술위원은 "같은 아시아에서 월드컵이 개최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포인다 위원은 "그라운드도 유니폼도 없는 아프간에서 축구를 시작한다는 것은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4년 뒤의 월드컵 아시아예선에 출전하는 것"이라고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또 "우수한 선수들은 아직 해외도피 상태지만 아프간 선수 개개인의 운동능력은 매우 뛰어나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편 마우로이 부대표는 아프간 사람들도 다른 나라 사람들과 똑같이 축구를 사랑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각국에 재정적 지원을 호소했다. ▲동티모르 지난 20일 독립한 동티모르의 사나나 구스마오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월드컵 개막식에 참석, 신생국 탄생을 세계에 널리 알렸다. 그러나 동티모르 국민에게 월드컵은 아직은 먼 나라 일에 불과하다.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탓에 축구에 대한 열정은 어느 나라 못지 않으나 현재 TV방송이 중계되는 곳은 수도 딜리 뿐. 그마저 월드컵 경기가 중계될지 여부도 알 수 없는데다 위성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극히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4년에 한번 돌아오는 축구잔치를 구경조차 못하는 실정. 스포츠행정도 이제 걸음마 단계로, 동티모르축구협회는 국제축구연맹(FIFA) 가입을 준비하기 위해 2명의 대표를 서울총회에 보냈으나 아시아연맹에 가입할 지 오세아니아연맹에 가입할 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이 협회 간부는 "포르투갈과 브라질에 코치를 파견토록 요청했다"며 "내년에는 국내리그를 창립해 대표팀을 구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태국 월드컵 출전국 못지 않게 축구인기가 높은 태국에서는 영자지 '방콕 포스트'가 무려 8페이지를 할애해 주목선수의 옆모습 사진과 함께 각팀 전력을 분석하는 월드컵 특집을 31일부터 편성했다. 이 신문 편집장은 "아시아에서의 첫 월드컵은 개최국인 일본과 한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 사람들에게도 역사적인 대회"라면서 "방콕에서도 오늘 밤(31일)은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설치된 대형전광판을 통해 개막전을 볼 것이며 내일 지면 톱도 물론 월드컵이 장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이나 남미 등지에서 개최된 과거 월드컵의 경우 사람들이 밤늦은 시간에 경기를 보느라 국가 생산성마저 떨어졌었다. 이번 월드컵은 시차는 2시간에 불과하지만 경기가 태국시간으로 오후에 열리기 때문에 직장에서 TV를 관전할 사람이 많을 것으로 보여 적어도 5%는 생산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만 축구보다 야구 인기가 높은 대만에서도 사람들의 눈과 귀는 이번 월드컵에 쏠리고 있다. 비록 통일문제로 갈등이 끊이지 않지만 같은 중화권 대표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처음 밟는 중국이 출전하기 때문이다. 류우윙(劉武雄) 대만축구협회 부비서장도 중국의 선전을 기원하며 적극적으로 응원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는 "C조 면면을 보니 중국이 16강에 드는 것은 아주 어려울 것 같다"며 냉철한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대만에서는 야구는 프로팀이 있지만 축구는 아직 없다. 유 부비서장은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대만에서도 축구붐이 일어나 프로팀이 창설되길 바란다"며 '10년 뒤 대만 개최'라는 야무진 꿈을 밝히기도 했다. (교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