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 임기종료일인 29일까지 후반기 원구성이 이뤄지지 않아 '의원만 있고 국회는 없는 식물국회' 상태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총무와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이날 국회 귀빈식당에서 원내총무회담을 갖고 후반기 원구성 문제를 논의했으나 서로가 기존 입장을 고수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 등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 임기가 이날로 끝나 국회는 임기 4년의 정보위원장과 임기가 없는 국회사무총장을 제외하곤 모든 주요 직책이 공석이 되는 상태가 6.13 지방선거 이후까지 계속될 전망이며, 각종 민생현안 처리도 차질을 빚게 될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이 총무는 40여분간 진행된 총무회담에서 "국회법 대로 다수결 원칙에 따라 표결처리하든지 아니면 자유투표로 결정하자"고 제안했으나 민주당 정 총무는 "전반기와 똑같이 원구성을 하자"며 반대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총무회담 직후 각각 의원총회를 열어 상대당을 비난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한나라당= 총무회담 직후 의원총회를 열어 박관용(朴寬用) 의원을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하고 본회의장에 입장해 표결을 통한 의장선출을 요구하는 등 대(對) 민주당 압박을 계속했다. 의원총회에서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식물국회를 면하기위해 인내심을 갖고 협상에 임했지만 지방선거때까지는 국회가 제 기능을 못할 것 같다"면서 "국회를 열어봐야 득될게 없다는게 민주당의 판단인것 같다"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이규택(李揆澤) 총무도 "국회법대로 표결처리나 자유투표를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국어사전에도 없는 '정책여당'이란 해괴망측한 궤변으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소속의원 131명중 113명이 참석한 가운데 의장후보 선출을 위한 투표를 실시, 단독 출마한 박관용 의원을 찬성 111표, 무효 2표로 확정했다. 박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정치인생의 마지막 바람이라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국회, 행정부로 부터 독립된 입법부를 만드는 것"이라며 "오늘 원구성이 안되면 내일부터 식물국회로 사실상 헌정이 중단되는 사태를 맞는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원총회가 끝난뒤 대국민성명을 채택, "민주당은 국회법 절차를 송두리째 무시하고 원구성을 지방선거 이후로 늦춰보려는 욕심을 노골화하고 있다"면서 "국회가 식물상태로 빠져들어 헌정공백 사태가 도래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민주당에 있다"고 비난했다. 의원들은 의총이 끝나자 국회 본회의장으로 직행, 본회의 개의를 기다리는 한편 임인배(林仁培) 수석부총무 등 부총무단은 이만섭(李萬燮) 의장을 예방, 국회 본회의 사회를 맡아줄것을 요청했다. 이 의장은 그러나 본회의장에 입장, 사회석에 앉지 않고 의원들과 고별 악수를 하며 "그동안 협력해줘 고맙다"고 인사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본회의 개의가 어렵게 되자 자진 해산했다. ◇민주당= 총무회담 직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가진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면서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협상을 통해' `기존의 국회 관례대로' 원구성을 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며, 여기에는 한치의 후퇴도 있을 수 없다"면서 "대한민국 국회가 만들어진 이후 수가 많다고 협상을 통하지 않고 원구성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전례는 단 한번도 없었다"고 강한 어조로 한나라당을 비난했다. 한 대표는 이어 한나라당의 단독국회 강행 방침에 대해 "한나라당이 국민을 상대로 쇼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역에 가서 한나라당의 독점적 국회 운영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라"고 당부했다. 정균환(鄭均桓) 총무도 "우리 당은 대통령의 탈당으로 법적 여당은 아니지만 현정부가 벌여놓은 정책들을 마무리할 의무와 책임을 지닌 정책여당"이라면서 "이회창 전총재와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국회의장이 될 경우, 현 정부의 개혁정책을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일은 불가능해 진다"며 의장 몫을 요구하는 한나라당의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자유토론에서 장영달(張永達) 의원은 "후반기에도 민주당의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면서 "의장이라는 지휘봉을 갖고 책임있는 국회 운영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유용태(劉容泰) 의원은 "한나라당은 의장 후보까지 내는 등 국민이 보기에 구체성이 있어 보인다"면서 "우리도 자유투표를 할 것인지, 후보를 선출하든지 대응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지도부에 주문했다. 한편 박병석(朴炳錫)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대전시장 후보 공천 무산과 관련, 항의의 뜻으로 시지부장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자민련과의 전략적 공조 차원에서 공천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안수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