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와 마이클 아이스너 사이의 우정(?)에 금이가기 시작했다" 애플컴퓨터와 월트디즈니의 최고경영자(CEO)인 이들의 관계가 불편해졌다. 정보기술(IT)업계와 미디어업계의 간판스타라 할 수 있는 이들의 관계 악화가 주목받는 이유는 3D 애니메이션이란 신 영화쟝르를 개척해온 이들의 공동보조가 지속되기 힘들 것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잡스 회장과 아이스너 회장은 3D 애니메이션을 연결고리로 손을 잡은 전략적 파트너 관계다. 잡스 회장이 설립한 픽사애니메이션스튜디오는 월트디즈니와 영화를 공동제작키로 지난 97년 계약을 체결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게 "토이스토리"와 "몬스터즈"다. 토이스토리는 1편과 2편이 각각 1억9천1백만달러,2억4천5백만달러를 벌어들였고 몬스터즈는 2억5천3백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잡스 회장과 아이스너 회장 모두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잡스측 픽사의 기술력과 디즈니의 창의력,그리고 거대한 배급망이 환상적인 결합을 한 덕택이다. 하지만 이 "환상의 듀오"는 2005년 이후엔 결별할 위기에 처했다. 픽사와 디즈니가 당초 5편의 영화를 공동제작키로 한 이 마감시한 이후에도 제휴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어 그렇다. 잡스 회장과 아이스너 회장의 관계가 틀어지고 있는 것이다. 둘의 관계가 악화된데는 IT업계와 미디어업계가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디지털 저작권 보호"라는 쟁점이 끼어들면서 부터. 아이스너 회장은 지난 2월 미 상원에서 첨단기업들이 디지털저작권 침해를 방지하는 기술표준을 마련하는데 늑장을 부리고 있다며 비난했다. 그는 애플컴퓨터가 PC의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조하기위해 내세우는 슬로건인 "찢고 섞고 굽자(Rip.Mix.Burn)"를 인용,"고객들이 이런 PC를 사면 절도를 할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라며 애플측을 공격했다. 잡스 회장이 불쾌해한 것은 당연하다. 월가와 헐리우드는 아이스너 회장이 디즈니의 사업상 파트너에게 큰 실수를 한 것으로 풀이했다. 다른 첨단기술 업체도 많은데 하필 애플컴퓨터를 표적으로 삼았냐는 것이다. 아이스너 회장은 픽사가 디즈니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거듭 강조하는 등 틀어진 관계를 복원하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별무효과다. 잡스 회장으서는 아이스너 회장이 보내는 화해의 몸짓에 시큰둥해하고 있다. 여기에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잡스 회장의 의도가 숨겨있다는 시각도 있다. 첨단기술이 저작권 위반을 부추긴다고 주장하는 미디어업계와 새로운 미디어 시장을 창출한다는 IT업계의 골 깊은 인식차가 잡스 회장과 아이스너 회장의 관계복원에 장애물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