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2002년판 국방백서 발간을 연기한 배경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은 그동안 백서 발간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현재 편집 작업이 진행중이고 이번 주중 인쇄작업에 들어가 예정대로 이달말 발간될 것이라고 답해왔다. 국방부는 북한측 군사태도가 전혀 달라진 게 없기 때문에 주적 표현을 손대기 어렵다고 주장해 왔다. 게다가 북측이 지난 7일로 예정됐던 남북 경협추진위원회 제2차 회의를 일방적으로 연기시키자 더욱 확고한 입장을 취하는 듯했다는 관측이다. 국방부는 이달말 국방백서 발간을 앞두고 사회 각층에서 봇물처럼 터져나온 '주적론 삭제 또는 변경' 논의에 대해 당초는 경협위 논의 상항을 지켜본 뒤 방침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국방부는 비공개리에 지난달 19일 군사정전위원회 라인을 통해 같은달 23일 군사실무협의회를 개최해 경의선 연결공사 상반기 착공 문제 등을 논의하자고 북측에 제의한 바 있다. 하지만 북측이 당시 관련사항을 경협위에서 논의하자고 '정중히' 거절했기 때문에 국방부는 이달초 예정된 경협위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던 상황이었다. 국방부는 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로부터 주적론을 고수해야 한다는 드센 압력을 받았고 북측이 지난 15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주적론 삭제를 요구한 마당에 주적 표현을 손질할 경우 북한에 끌려가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됐다. 국방부는 결국 백서발간을 연기하는 대신 국민의 정부가 끝나기 전 집권기간 국방정책을 종합적으로 평가, 결산할수 있는 문서를 내놓겠다고 발표하면서 주적 논란을 일단락했다. 그러나 국방부의 백서발간 연기 결정과 관련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 입장이 지나치게 정치논리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결국 국방부는 급변하는 주변 정세에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논리 개발과 함께 기존의 보수세력을 포용할 정책개발에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문관현기자 kh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