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4일 양국 핵탄두 수를 대폭 줄이고 경제 협력 관계를 더욱 확대키로 합의하는 등 21세기 새 동반자 관계를 열었다. 푸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모스크바 크렘린궁(宮)에서 열린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에서 군축과 경협, 새 국제 안보질서 구축 등 양국 현안을 폭넓게 논의, 이같이 합의했다. 양국 정상은 우선 현재 6천기 수준인 양국 전략 핵탄두 수를 오는 2012년까지 1천700-2천200기 선으로 대폭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두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 35분 정상회담을 마친 뒤 이같은 협정에 공식 서명했다. 군축 협정의 주요 내용은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효력 2009년 까지 유지 ▲군축 이행 위한 쌍무 이행위원회 설치 ▲군축 협정의 양국 의회 비준 ▲협정의 유엔 등록 등이다. 이는 세계 양대 핵강국인 러-미가 2차 대전 이후 계속돼온 냉전 시대를 실질적으로 청산하고 새로운 동반자적 협력 구도의 발판을 마련하는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두 대통령은 또 러-미간 새 전략 안보 관계를 포함한 양국 관계 전반에 관한 기본 원칙을 담은 공동 선언문도 채택했다. 양국 정상은 이밖에 새로운 세계 안보 질서 확립을 위해 러-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간 협력을 증진하고 국제 테러리즘 근절을 위한 공조 체제를 더욱 강화키로 의견을 모았다. 경협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 도입 ▲미국의 대(對) 러 투자확대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양국간 무역 분쟁 해소 ▲항공 및 컴퓨터 등 첨단 산업 협력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같은 논의가 제대로 진척될 경우 국내 원유 수요의 절반 이상을 수입분에 의존하는 미국은 세계적 화약고인 중동 지역에 대한 원유 의존도를 낮춰 석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효과를 거두고, 러시아도 세계 경제 체제에 편입되는 실리를 챙기게 될 전망이다. 부시 대통령은 앞서 23일 오후 7시 59분(현지시간) 부인 로라 여사와 함께 모스크바 외곽, 브누코보-2 공항에 도착해 나흘간의 러시아 방문 일정에 들어갔다. 푸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25일 러시아 제2 도시이자 푸틴의 고향인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이동, 비공식 정상회담을 갖고 시내 관광을 함께 하는 등 개인적 친분을 다진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러시아 방문 마지막날인 26일 오전 러시아 박물관 등을 돌아본 뒤 다음 방문지인 프랑스로 떠난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