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2일 유럽 순방첫번째 기착지 베를린에 도착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저녁 8시 15분(이하 현지시각) 공군 전용기(에어포스 원) 편으로 베를린 테겔 공항 군용 활주로에 도착했고 의전행사 없이 바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주최한 만찬에 참석했다. 이날 만찬은 총리 관저가 아니라 베를린 시내 브란덴부르크문 부근의 유서 깊은식당 `투허'에서 열려 이채를 띠었다. 부시 대통령은 슈뢰더 총리와 함께한 만찬 이외에는 특별한 일정 없이 숙소인 아들론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약 20시간 동안 베를린에 머무는 부시 대통령은 독일 방문 이틀 째인 23일 오전요하네스 라우 독일 대통령을 예방한 다음 총리 공관에서 슈뢰더 총리와 정상회담을할 예정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부시 대통령은 대테러 전쟁 수행을 위한 독일 정부의 지지를 요청할 것으로 보이나 슈뢰더 총리는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은 유엔 승인을 얻어야 가능하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 대한 `무한정의 연대'를 표명한 바 있는 독일은 아프가니스탄에 병력을 배치하고 아프리카 동부 해안과 쿠웨이트에 해군 함정과 화생방전 대응부대를 파견하는 등 대외 군사행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 정치권에서는 독일이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 더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공격에 반대하는 분위기가우세해짐에 따라 미국의 대테러 전쟁 지원 요청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독일 집권 사민당의 페터 슈트룩 원내의장은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은 이라크 정권이 테러 단체 알 카에다를 비호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정당화할 수있다고 지적하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이 없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반대한다는 독일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부시 대통령은 23일 오후 독일하원(분데스타크) 의사당에서 연설한 후 다음 방문지인 모스크바를 향해 떠난다. (베를린=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