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KT지분 인수전'에서 SK가 연출한 '기습 전략'이 재계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동안 일치된 행보를 보여왔던 재계의 화합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인수전에서 SK가 KT 1대주주로 올라서게 되자 인수대열에 참여했던 삼성 LG 등 여타그룹은 "비신사적인 처사"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이에 따라 최근 정치문제나 경제정책 문제 등을 놓고 대체로 한목소리를 내왔던 재계의 협력 분위기가 약화되고 상호 견제 의식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6년 PCS사업자 선정과 98년 대기업간 빅딜(사업 맞교환)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맞섰던 과거 분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앞으로 전개될 각종 M&A(기업인수합병)와 관련,치열한 정보전이 전개되는 등 감정적인 대립이 표면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장기적으로 SK가 KT경영권 인수에 나설 경우는 재계 판도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작년말 현재 KT의 자산이 22조8천억원에 달하는데다 KT프리텔과 파워텔 등 계열사를 합친 자산총액은 32조원에 이른다. 결국 SK가 KT경영권을 장악하게 되면 자산총액이 79조원으로 늘어나 LG(54조원)는 물론 삼성(72조원)까지 제치고 재계 순위 1위로 뛰어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와 관련,"개별 사업과 관련해선 시장논리대로 선의의 경쟁을 벌여야 하겠지만 정치외풍을 차단해 우리 경제를 살리고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 데는 재계가 한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