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의 천국인 베트남 호치민시.


베트남 최대의 상업도시인 이곳 거리에서 마주치는 고급버스는 대부분 한국산이다.


지난해 10월 '백화점 셔틀버스 운행금지'가 대법원에 의해 확정판결이 난 이후 국내에서 남아도는 버스를 대부분 이곳으로 수출했기 때문이다.


사연이야 어찌됐든 '신세계 백화점' '갤러리아'등 친숙한 우리말이 쓰여진 고급버스를 접하는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다.


베트남에는 이런 고급버스뿐 아니라 트럭의 60% 이상이 우리 제품일 정도로 한국과의 경제적 친밀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류 열풍'의 스타인 장동건 김남주 등을 광고에 기용한다면 단번에 매출을 50% 이상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그런가 하면 대학입시에서 가장 경쟁률이 높은 학과는 한국어과라는 언론보도도 심심찮다.


베트남 정부는 이곳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나라 가운데서도 특히 한국을 경제발전의 모델로 삼고 있다.


한국이 단기간에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경제성장을 이룬 점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치민경제대학을 졸업하고 시 외곽 린쭝공단에 진출한 국내 봉제완구업체 '다누비나'의 생산관리 파트에 근무하고 있는 레 티 탄투이씨(26)는 "한국업체에 근무하는 것이 매우 만족스러우며 외국에 갈 기회가 있으면 가장 먼저 가고 싶은 곳이 서울"이라고 말했다.


탄투이씨의 발언이 보여주듯 대다수 베트남 청년들이 가고 싶어하는 외국 1순위로 꼽을 정도로 이곳의 '한국 배우기'는 가히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은 한국이 과거 베트남전쟁에 참가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고 '라이따이한(한인 2세)'에 대해서는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라이따이한의 존재는 한국인의 '책임없는 행동'을 상징하는 사례로 비쳐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곳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물건을 파는데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이들의 마음을 추스르는데 조금이라도 더 신경을 쓴다면 베트남은 장기적으로도 우리의 튼튼한 시장이자 좋은 이웃이 돼줄 게 틀림없다.


호치민=정태웅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