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출신 비가스 루나 감독은 "하몽하몽" "달과 꼭지"등에서 사랑과 섹스의 함수관계를 도발적으로 표현했다. 그의 신작 "마르티나"는 섹스가 남녀관계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존재이자 동시에 비극을 잉태하는 함정임을 부각시킨다. 스토리는 서양신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스페인의 작은 해안도시에 고교 문학교사로 부임한 "우리시즈"(조르디 몰라)는 마르티나(레오노르 발팅)에게 매료돼 결혼한다. 그들의 열정이 식어가던 어느날 우리시즈는 바다에 나갔다가 실종되고 7년후 돌아온다. 그동안 마르티나는 기다림에 지쳐 지역유지 시에라(에두라르드 페르난데즈)와 재혼해 살고 있다. 스토리라인과 배역은 그리스신화의 영웅 오디세우스와 그의 아내 페넬로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시즈(Ulyses)는 오디세우스의 영어식 이름 율리시즈(Ulyses)와 철자가 동일하다. 신화에서는 율리시즈가 19년간의 방랑끝에 귀향했을때 아내 페넬로페는 강제결혼 압력을 뿌리치며 정절을 지켜냈다. 영화속에서 페넬로페의 현대적 화신인 마르티나는 재혼한 처지여서 선택의 기로에 선다. 마르티나에게는 두 사람이 모두 필요하다. 시에라가 물질의 풍요를 주는 현실주의자라면 우리시즈는 그녀의 본능을 불러내는 낭만주의자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르티나는 섹스로 소통하는 우리시즈쪽으로 점점 기운다. 그것은 "본능의 소리"에 대한 응답이다. 본래 사랑을 찾아가는 마르티나의 행동은 "페넬로페의 정절"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두 사람에 대한 새남편 시에라의 보복은 규범파괴자에 대한 사회제도의 응징이다. 마르티나역의 레오노르 발팅은 세월의 간격을 극복하고 소녀의 청순미에서부터 성숙한 여인의 관능미까지 폭넓게 연기해 냈다. 10일 개봉,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