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키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지자 동교동계 인사들은 "예상했던 일"이라면서도 허탈감을 감추지못했다. 김 대통령의 탈당으로 동교동계는 더 이상 당내 `실세그룹'이나 `최대계파'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가질 수 없게 된 것은 물론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하는 단계에 접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동교동계 구파 인사들은 좌장인 권노갑(權魯甲) 전 고문이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되고 핵심인물인 김옥두(金玉斗) 의원도 분당 파크뷰 아파트 분양문제로 구설수에휘말려 위축된 상태에서 김 대통령의 조기 탈당방침이 알려지자 `착잡하고 참담한'심경을 털어놓았다. 김옥두 의원은 "(탈당을) 잘 몰랐다"며 "여러가지 마음 아픈 일들이 많고 공식확정된 것도 아닌데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이훈평(李訓平) 의원은 "지금와서 대통령의 탈당 여부가 민주당과 무슨 관계있으며, 달라질 게 뭐가 있겠느냐. 정권은 잡았지만 프리미엄을 누리기는 커녕 할말도못하고 피해만 입었다"면서 "착잡하고 마음이 허전하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김 대통령 퇴임후에는 아태재단이 정신적 모체가 돼야 하지만 그것도 불가능할 것 같다"면서 "동교동계는 이제 정치세력으로서 소멸한 셈이며, 특별한역할을 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관계자는 "자랑스럽던 동교동계의 이름이 이렇게 매도되는 현실이 가슴아프다"면서 "DJ가 당적을 떠나면 당의 핵심세력이니 하는 것과는 더이상 무관하게 되는 것이고, 다만 대통령을 오랫동안 모셔온 사람들로서 김 대통령이 훌륭한 지도자로 남도록 최선을 다해 보필하는 것이 남은 임무"라고 말했다. 동교동계 구파의 이같은 반응과는 달리 당내 신주류로 부상한 동교동계 신파 인사들은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한화갑(韓和甲) 대표의 한 측근의원은 "총재직을 버릴 때와 크게 다를 게 없다"며 "긍정적인 면에선 대통령의 정치중립이 정치개혁의 모티브를 제공하는 반면 집권여당의 프리미엄을 김 대통령이 끊는 것은 당에 부정적인 효과"라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