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baek@ktb.co.kr 여름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입하(立夏)다. 갈수록 봄 가을이 짧아지는 탓에 여름은 진작에 찾아온 듯 싶지만 절기상으로 날씨와는 관계 없이 이제 비로소 여름이 시작됐다. 음력으로는 4월절(四月節)로 곡우(穀雨)후 15일인 입하에 들어서면 으레 농사일은 더 바쁘게 마련이고 푸르른 신록이 온 누리를 뒤덮어 사람들의 화제도 '꽃'에서 '아름드리 나무'로 바뀌어가는 시점이다. 이 절기가 양력으로 보면 '가정의 달'인 오월이다. 오월을 '가정의 달'로 삼은 까닭은 계절의 미덕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사람의 소중한 정과 기본적인 도리를 고양시키고 되새기게 하는 날들이 오월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계절의 특성이 사람들의 심성에 미치는 영향을 많이 고려한 탓일 터이다. 우리 회사 임직원 중에 매달 가족신문을 발간하는 사람이 있다. 바쁜 일상에 쫓기면서도 식구들과 함께 가족신문을 발간하는 모습을 보면서 갖은 핑계 속에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가정'이라는 조직에 대해 무관심했던 현실을 반성하게 된다. 2대에 걸쳐 월드컵 출전이라는 영광을 안은 차두리 선수는 아버지가 최고의 스승임을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있다.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각종 정보가 디지털화되면서 가족끼리의 정마저도 인스턴트화 되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앞설 때가 있다. '집은 있어도 가정은 없는' 우리가 만들어 낸 요즘의 세태는 단절된 시대의 자화상이다. 암보다 더 무서운 것이 소외감이라는데 우리는 스스로 병을 자초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 문화가 발달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멀리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언제든지 선물을 보낼 수 있으며 이동통신의 발전으로 언제라도 문안인사를 나눌 수 있는 사회다. 이 같은 문명의 이기를 통해서도 자녀와 부부지간에 조금만 시간을 내어 정감어린 e메일을 주고받는다면 가족간 사랑을 확인하고 따스한 정을 나눌 수 있으며 그만큼 접촉의 기회는 넓어진다. 오월은 춥지도 덥지도 않은 형평이 존재한다. 푸르른 신록은 활기와 희망을 반영한다. 참으로 오월이 지니고 있는 계절의 미덕은 많고도 넉넉하다. 우리 모두의 가정은 그야말로 오월 같아야 한다. 가족이란 사랑의 기반 위에서 생명을 나눈 가장 소중한 공동체다. 따라서 가정을 지킨다는 것은 곧 생명을 지킨다는 것이다. 가족과 관련된 일만큼은 '바빠서'라는 핑계를 대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