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도읍기(BC 18-AD 475년) 백제 왕성으로 확실시되는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 안쪽 30여 군데 소규모 주택 건축 예정지를 최근 시굴 조사한 결과 단 한 곳도 예외 없이 모두 백제 유물층임이 확인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조유전)는 지난해 4월 문화재위원회가 지하 유물층을 파괴하지 않는 범위에서 풍납토성 안쪽의 소규모 건축행위를 허용한 이후 잇따라 주택건축 예정지를 시굴한 결과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이들 시굴지역은 성벽 둘레 3.5㎞, 넓이 22만여평인 풍납토성 안 전체에 걸쳐고루 분포하고 있고 그 대부분이 100평 이하 소규모 면적이라는 점에서 풍납토성은전역이 거대한 유물의 지뢰밭이자 '한국판 폼페이'임이 재확인시켜 주고 있다. 이번 시굴조사 과정에서는 1925년 을축년 대홍수를 비롯한 한강 일대의 빈번한범람으로 성벽은 물론이고 그 지하 유물층까지 대부분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던 한강변 토성 서쪽 일대에서도 지하 유물층은 물론 성벽 뿌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연구소는 말했다. 특히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 바로 바깥을 따라 올림픽대로가 나 있는토성 서쪽 성벽이 풍납2동 291의 17-19 및 298-14 일대 소규모 주택 예정지에서 확인돼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성벽은 발굴 결과 입자가 고운 진흙을 한켠 한켠 다져올리는 이른바 판축(版築)기법으로 쌓았으며 성벽 양쪽(안과 바깥)으로는 빗물에 성벽 흙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한 배수시설 겸 방수시설인 석렬(石列)이 확인됐다. 이는 지난 99년 여름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절단 조사한 풍납토성 동쪽 성벽 발굴성과와 일치하고 있다. 서쪽 성벽은 물론이고 그 안쪽에 대한 시굴조사에서 확인된 유적과 유물은 거의예외 없이 한성백제 시대에 속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연구소는 말했다. 출토 유물 중에는 지표면을 벗겨내고 유물층 존재 여부만을 확인한 시굴조사임에도 제법 많은 기와가 확인됨으로써 한성시대 풍납토성에는 각종 기와건물이 즐비했음을 짐작하게 한다고 연구소는 덧붙였다. 현존 성벽만 사적 제11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던 풍납토성은 지난 97년 이후잇따른 대규모 발굴 결과 한성백제 왕성 혹은 왕도(王都)인 하남위례성임이 확실해짐에 따라 경당지구와 미래마을, 외환은행 연수원 터를 비롯해 성벽 안쪽 또한 연이어 사적으로 추가지정되는 한편 대규모 아파트 건축은 원천 봉쇄되고 있다. 다만 지하 유물 매장층을 파괴하지 않는 소규모 건축행위만 허용되고 있으며,이 경우에도 반드시 사전 발굴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