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권노갑(權魯甲) 전 고문의 사법처리를 둘러싸고 권 전고문과 검찰이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권 전 고문측은 이번 사건을 동교동계 구파의 존립을 위협하는 중대한 고비로간주하고 비장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권 전 고문측이 2일 "무혐의를 입증할 증인을 확보했다"며 국가정보원 사무관의존재를 공개한 것도 이같은 자세를 방증한다. 한 측근은 "정치자금 관리를 문제삼는다면 납득할 수 있지만, 진승현에게서 돈이나 받는 파렴치범으로 권 전고문을 몰 경우 동교동계 전체의 생존에 관한 문제"라며 "생존을 위해서라도 좌시해선 안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번 수사를 둘러싸고 정가에선 ▲대통령 세아들 문제에 대한 비난여론의 화살을 돌리려는 희생양 만들기 ▲여권 구주류인 동교동계 구파에 대한 신주류의 제거작전 ▲검찰 명예회복을 위한 타깃설 등 구구한 억측이 제기돼 왔다. 권 전고문 측근들은 당초 검찰의 소환통보 직후 격앙된 분위기속에서 청와대와여권 신주류, 검찰 등 모든 방향에 의혹의 눈길을 보냈으나, 차츰 검찰쪽으로 시선을 모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소환 직후 권 전고문 주변인사들 사이에선 "우리더러 장세동(張世東)이 되라는 것 같다" "대통령의 세아들 문제에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 "동교동계를 다 죽이려는 수작" 등의 거친 말이 나왔다. 그러나 하루가 지난 2일 최측근인 이훈평(李訓平) 의원은 "일부 언론이 음모론을 주장하지만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그렇게 볼 수 있느냐"면서 "다만 검찰이 진승현의 진술만 믿고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측근은 "일부 언론이 마치 여권 내부에 권력암투가 있고, 우리 영감(권 전고문)이 마치 대통령 세아들의 총알받이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으나, 사실과 다르다"며 여권 내부를 향했던 화살을 거둬들였다. 이는 우선 청와대와 여권에서 음모론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극력 부인하고 있고, 현재 청와대와 검찰의 관계가 과거와는 판이하다는 점을 권 고문측도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음모론이란 아직도 청와대가 검찰을 움직일 수 있다고생각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나, 지금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고 다른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어느 검찰이 청와대 의도대로 움직여주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도 대통령 아들문제 처리 등과 관련해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음모론적 시각은 현 정권과 검찰간 관계의 현주소를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권 전고문 측근들이 격앙된 분위기에서 얘기한것이겠지만 무게있게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여공세를 겸해 "대통령의 세 아들중 일부를 보호하고 정치권 사정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경계심을 보였으나, 한 핵심당직자는"검찰이 국민불신 해소를 위해 권력실세의 비리혐의를 정공법으로 철저하게 수사한다는 의지"라고 풀이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