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삼성이 6시그마를 도입한 시기는 지난 96년 외환위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사회적 '거품'이 기업에까지 퍼져 있었다.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기 전이었던 만큼 조직의식이나 내부관리도 느슨했었다. 생산혁신의 대명사였던 1백PPM(1백만개중 불량품을 1백개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 품질개선 활동) 운동도 개선의 폭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었다. 제품 하자로 인한 고객들의 불만도 끊이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혁신활동을 잘한다고 보고하고 있었지만 재무지표상으로는 기대 이하였다. 6시그마는 기업 내부로부터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자발적 요구가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말 그대로 '혁신(Innovation)'의 방법론으로 6시그마가 부상하게 된 것이다. ◆ LG전자 =2000년 LG전자 창원공장의 최대 고민중 하나는 양문형 냉장고 디오스의 품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선발주자인 삼성전자의 지펠이 시장을 장악해가는 상황에서 제품 시판은 계획됐지만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았던 것. 문제는 약랭(弱冷)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었다. 생산 공정을 샅샅이 점검해 봤지만 어디서도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부품에도 이상은 없었다. 그런데도 완제품을 테스트하면 약랭 불량이 발생했다. LG전자는 'DFSS'라는 6시그마 기법을 적용, 문제점을 해결했다. 생산 공정이 아니라 제품 개발, 정확히는 설계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었다. 약랭 기능의 설정이 전체 냉각시스템과 충돌했던 것. 문제를 해결하자 불량률이 2% 미만으로 떨어졌고 디오스는 양문 냉장고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국내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는 지난해 3천1백건의 6시그마 프로젝트를 추진, 4천4백억원의 재무개선 효과를 거뒀다. 모든 프로젝트의 성과를 금액으로 측정, 평가하는 것 역시 6시그마의 장점이다. 지난 97년 이후 LG전자가 추진한 프로젝트는 8천4백19건, 금액으로 따지면 9천3백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8월에는 미국 GE사의 가전부문 대표인 제임스 캠벨 사장이 창원공장을 방문해 극찬했을 정도다. LG전자 모든 임직원들은 한 해에 1개 이상의 6시그마 프로젝트를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LG전자에서 6시그마는 승진의 필수조건이다. ◆ 삼성전자 =LCD(박막액정표시장치) 사업부는 지난해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평균가격이 전년보다 평균 40% 이상 폭락하는 와중에서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대만 등 경쟁업체들이 수천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과 비교하면 대단히 '선방'한 것이다. 비결은 6시그마. 2000년 도입한 6시그마를 전 사업단위로 확대, 기판 활용도를 99%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등 조그마한 낭비요인을 찾아내 제거했다. 전 제작공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생산성을 2배 이상 끌어올렸다. 2백개가 넘는 과제를 수행, 9백억원의 비용절감을 이뤄냈다. 삼성전자는 6시그마를 LG보다 4년 늦은 2000년부터 시작했다. 성급히 도입하기보다는 철저한 준비와 치밀한 계획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는 94년부터 도입한 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을 기반으로 제조과정상의 낭비요인을 색출, 제거하는 기업 운영의 소프트웨어로 6시그마를 채택한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었다. 이와 함께 내부적으로 사내에 6시그마 아카데미를 조직, 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길러내고 있다. 6시그마가 본궤도에 오르는 올해는 4천7백건의 과제를 수행, 8천억원의 비용절감 등 재무성과를 이룬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전자 6시그마운동의 특징은 과제별 성과를 철저히 자산으로 만든다는 것. 본사 재무관리팀은 6시그마가 실제 재무성과로 이어지는지를 사후에 반드시 점검하고 경영진단팀도 활동 전반에 대한 진행상황을 수시로 점검한다. 경영혁신팀은 글로벌 SCM(공급망 관리) 완성, 원가 경쟁력 혁신 등을 실현하는 방법으로 6시그마를 접목시키고 있다. 해외법인을 포함, 지금까지 추진한 4천4백개의 6시그마 과제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해 팀 단위에서도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