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는 아프가니스탄 작전이 끝난 뒤에도 중앙 아시아 지역에 군사적 '발자국'을 계속 유지해 나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미국 관리들이 29일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관리들은 국방부가 현재 국무부와 다른 기관들의 자료를 토대로 중앙아시아에 장기적인 군사적 발자국을 남기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아직 이 안이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에게는 전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은 대(對) 아프간 작전을 시작하기 전까지 중앙아 지역에 병력을 주둔시키지 않았지만, 현재 파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프간에 전투기, 연료보급기, 수송기, 정찰기 및 정보수집기는 물론, 보병과 공군 및 육군 특수부대, 헌병, 정보 분석가들을 파견해 놓고 있다. 관리들은 아프간 작전이 완료된 뒤에도 카자흐스탄 같은 국가들과 장기적인 협정을 체결, 일부 공항에 대한 미군의 접근을 허용하거나 현지 병력과 정기적인 훈련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재 일부 걸프만 지역 국가들에서 시행되고 있는 것처럼 유사시를 대비해 미군이 중앙아 현지에 군사 장비를 비축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지난주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등 옛소련을 구성하던 중앙아 국가와 아프간을 순방한 럼즈펠드 장관은 수행 기자들에게 "우리의 근본적인 관심사는 한 국가에 들어가 관계를 맺고, 이곳에 주둔하거나 영공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며, 호혜적인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그러나 영구 기지를 구축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9.11 테러가 발생하기 전에도 주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매개로, 중앙아 지역과의 긴밀한 관계 구축을 모색해왔다. 미국은 광대한 에너지자원, 역내 전통적인 대(對)러시아 관계 등을 감안, 이 지역을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전략 지역으로 평가해왔다. 러시아와 중국, 이란 등은 같은 이유로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을 경계해왔으며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은 지난 주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군의 역내주둔은 모욕으로, 미국의 영향력 확대 조짐이라고 비난했다. 이같은 주변국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역내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가장 큰 우즈베키스탄은 미군의 아프간 공습이 시작된 날 자국내 미군 주둔을 허용, 현재도 1천명 이상의 미군이 이곳에 주둔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도 미국과의 협정을 통해 1년간 미군 주둔을 허용했다. 이 협정은 양측 가운데 한 곳이 6개월전 폐기를 통보하지 않을 경우 무기한 연장된다. 현재 미군이 주둔하고 있지는 않지만 카자흐스탄 역시 미국과 장기적이고 폭넓은 군사협력을 모색하고 있으며, 조지 W 부시 대통령 행정부에 법적 구속력 있는 방위협정 체결을 제안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ci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