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이산가족 남측 방문단의 김애란(79)씨와 지난 67년 납북된 풍복호 선주인 남편 최원모(92)씨의 상봉이 불발됨에 따라 납북자에 대한 북측 입장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90세를 넘긴 최씨가 북한의 지속된 식량난 속에서 이미 사망했을 것으로도 추측되지만 북측은 최씨가 금강산 상봉장소에 나타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생사확인 불가능'이라고만 통보해 현재 살아있을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2차 상봉 때부터 이어져 오던 납북자 및 국군포로 가족의 만남이 28일 현재 이뤄지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북측이 여전히 납북자를 이산가족 범주안에 포함시켜 상봉을 지속시키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노력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납북자 및 국군포로에 대해 한마디로 "북측에 강제 억류하고 있는 남한주민은 단 한명도 없으며 대신 의거 입북자만 존재할 뿐"이라는 입장을 시종일관하게 주장해 오고 있다. 군국포로나 납북자가 스스로 북한 체제를 선택해 북한 지역에 남아있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98년 6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공화국 북반부에는 남조선 괴뢰군 포로와 납치된 민간인들이라는 것이 단 한명도 없으며 우리에게 있다면 지난 시기공화국의 품으로 의거하여온 이전 괴뢰군 장병들과 민간인들이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 87년 납북된 동진호 선원들과 관련해 "동진호는 정탐행위를 위해 침투했던 간첩선이며 선원들이 남조선으로의 귀환을 거부하고 있다"고 조평통은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납북자 및 국군포로 가족을 선별적으로 이산가족 방문단에 포함시킴으로써 넘지 못할 벽으로만 인식됐던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해결에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2000년 11월 제2차 교환방문 때 북한에 살고 있는 동진호 선원인 강희근(51)씨가 남측 상봉단의 어머니 김삼례(75)씨와 만났고 국군포로 출신인 이정석(70)씨도 남측 방문단의 형인 형석(81)씨와 이산의 한을 풀었다. 3차 때에도 전 대한항공 여승무원 성경희씨가 남쪽의 어머니를, 국군포로 출신인 손원호(76)와 김재덕(70)씨가 남쪽의 동생과 각각 상봉했다. 결국 북한은 납북자 및 국군포로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확고히 고수하면서도 이들을 인도주의로 상징되는 이산가족 범주에 포함시키고 만남을 지속시키는 전향적이고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아직 북한의 소극적인 노력에는 비판이 적지 않다. 특히 남측 일부에서는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의 별도 해결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체제하에서 남북한이 각각의 주장만을 팽팽하게 내세우기 보다는 서로 조금씩 양보해 상봉을 지속시키는 가운데 점차 이를 제도화시키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최선영기자 ch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