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월말 발간예정인 2002국방백서에서 기존의 '주적(主敵)인 북한' 내용을 다른 표현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정부는 주적 개념이 남북 화해.협력 관계 진전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판단아래매년 내놓던 국방백서를 지난해 격년 발간제로 바꾸면서까지 논란을 피해갈 정도로신중한 접근자세를 보여왔다. 그러다 임동원(林東源) 청와대 외교안보통일특보가 이달초 대통령 특사로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북한측이 문제삼아 주적론은 다시 한번 도마위에 올랐다. 남북한은 당시 공동보도문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재개와 경의선.동해선 철도 연결 합의 등을 발표했지만 남북 철도 연결공사의 전제조건은 남북간 군사보장합의서의 서명.교환이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해 2월부터 주적론을 문제삼아 서명을 거부하고 군사당국자회담에 응하지 않고 있다. 만약 5월말 발간할 국방백서에도 주적 표현을 그대로 남겨놓을 경우 현정부에서경의선 연결공사는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국방백서 발간을 한달 앞두고 국방부와 통일부 등 관련부처간 상당한 입장차도드러나고 있다. 통일부는 경의선 연결 등 남북관계 발전을 고려해, 공개적으로 '주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북한이 우리측을 가리켜 '원쑤' 또는 '과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점을 지적하며 북한의 변화하지 않은 상황을 들고 나왔다. 국방부는 그동안 공식적으로 "주적 개념의 변경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왔다. 야당과 보수단체의 견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굳이 주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국방목표를 '적의 무력침공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한다'로 규정할 경우 포괄적 의미에서 북한을 포함할 수 있다는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종연구소 이종석 연구위원은 "주적론의 핵심은 남북한이 서로 적으로 보느냐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표현을 하느냐의 문제"라며 "일단 `적'이라는 표현을 쓴 92-93년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국방연구원 서주석 북한군사연구팀장은 "(주적 표현은) 국방부가 나서서 수정하거나 삭제하기가 상당히 곤란한 구조"라며 "정부 스스로 자신감 있게 풀어가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문관현기자 kh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