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금리가 나흘 연속 하락, 한달중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채권 금리가 하락세를 이어가 장 초반부터 매수 우위 장세가 형성 됐으며 오후장 들어 정부의 우호적인 발언이 나와 금리가 추가 하락했다. 수출이 이달 들어 전년 동기대비 10% 넘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시장은 이미 예상된 재료에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26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권 수익률은 전날보다 0.03%포인트 내린 6.37%를 기록했다. 이번 주 들어 금리는 0.10%포인트 하락한 끝에 지난달 28일, 6.37%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5년 만기 국고채권 수익률은 전날보다 0.03%포인트 하락한 6.97%를 기록했으며 통안채 1년물과 2년물도 각각 0.03%포인트, 0.04%포인트 하락했다. 회사채 금리 역시 하락했다. 3년 만기 국고채권 가운데 AA- 등급 수익률은 0.03%포인트 하락한 7.14%, BBB- 등급 수익률은 0.03%포인트 하락한 11.12%를 각각 가리켰다. 국채 선물은 거의 한달중 최고치로 상승했다. 6월물은 전날보다 0.15포인트 상승한 103.14를 기록, 지난달 29일 이후 가장 높았다. 그러나 거래량은 2만5,717계약으로 여전히 부진했다. 국채 선물 시장에서 투신사가 1,668계약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은 2,053계약을 순매수했다. ◆ 우호적인 펀더멘털 재료 이어질 듯 = 미국 지역의 경기 회복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인식이 국내 금리 하락으로까지 연결되고 있다. 우리 나라 수출회복에 필수적인 미국 지역의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한 국내 경제도 급하게 성장하지는 않으리라는 전망으로 금리가 하향 안정세를 보인 것. 최근 들어 소비자 신뢰지수, 내구재 주문, 주택판매 등이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오고 앨런 그린스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RB) 의장 등 통화 정책 관계자의 경기 회복 속도가 불확실하다는 발언이 이어졌다. 여기에 뉴욕 주식시장마저 부진하게 움직여 미국 재무부 채권 금리와 국내 국고채권 금리는 지난 주 중반 이후 이렇다할 상승을 하지 못했다. 지난 17일 이후 현재까지 재무부 채권 10년물 수익률은 0.13%포인트, 3년 만기 국고채권 수익률은 0.14%포인트 각각 밀렸다. 다음주에도 펀더멘털 관련 지표와 전망이 금리 상승을 유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26일 발표되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크게 좋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다음주 발표되는 컨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 실업률, 공급관리기구(ISM) 서비스업지수 등은 전달만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주가 및 물가 부문도 금리에 우호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최재형 대리는 "국내외 증시는 전통적으로 부진한 움직임을 보이는 여름 장세에 접어든 것으로 보여 금리에 영향을 줄만큼 폭등세를 연출할 가능성이 적으며 물가 또한 유가 약세로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최소한 다음 한주 동안은 금리 하락세가 연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하반기부터 연방 기금 금리가 인상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었으며 국내 콜금리 인상도 생각만큼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신국환 산업자원부장관은 26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 부처 장관들이 현 거시 기조를 당분간 유지하는 것으로 합의했다"며 금리가 일찍 인상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콜금리 목표치를 결정하는 것은 한국은행이지만 한국은행으로서도 미국 지역의 경기 회복 지연으로 경기 과열론의 기세가 한풀 꺾이고 유가와 환율 하락으로 당장 인플레이션 우려도 크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를 올리기는 부담을 느낄 것으로 전망된다. ◆ 수급 요인도 우호적 = 다음 월요일에는 국고 2002-4호에 통합 발행되는 3년 만기 국고채권 9,000억원이 입찰된다. 그동안 물량 부족으로 2002-4호 거래가 뜸했으나 이번 입찰로 채권의 유동성이 상당부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다른 종목은 보합권에 머물렀지만 2002-4호 수익률은 3년물 국고채 입찰에 대한 기대로 0.04%포인트나 하락한 바 있다. 대한투자신탁증권의 유승곤 연구원은 "경제 지표와 함께 이번 국고채 입찰도 금리를 끌어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다음주에는 산업생산, 수출, 소비자물가 등이 발표된다. 산업생산은 이미 올들어 큰 폭 호조세를 보이고 있음이 확인됐다. 수출의 경우 전년 동기대비 10% 내외 증가할 것 전망되고 있지만 선반영됐다는 분위기여서 예상을 깨지 않는 한 금리 방향을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가는 2/4분기 들어 눈에 띄는 상승 요인을 찾을 수 없어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보여 역시 금리를 크게 움직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