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5일 "압둘라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가 중동 위기와 관련해 석유를 무기화하지 않겠다고 확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압둘라 왕세자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공격행위를 억제해야 한다는 입장을재차 강조하고 이스라엘쪽으로 편향한 미국의 대(對)이스라엘 정책을 변경하지 않을경우 초래될 위험성에 대해 경고를 전달한 것으로 사우디측이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후 향리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에서 미국을 방문한 압둘라 왕세자와 정상회동을 하고 중동 위기를 해소하려면 팔레스타인 당국은 테러 중단을 위한 조치를 강화하고 반면 이스라엘군은 라말라, 베들레헴 등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 철수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시 대통령과 압둘라 왕세자는 동시에 현재 전쟁으로 고통을 받는 팔레스타인의 무고한 주민들을 위해 세계 각국은 인도적 지원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함께 했다. 그러나 두 나라 지도자는 중동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평화와 안보가 보장되는 가운데 나란히 공존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합의했으나 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과 팔레스타인측의 자살폭탄 공격에 대한 입장 조율등 일부 쟁점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끝난 뒤 압둘라 왕세자가 참석치 않은 가운데 단독회견을 하고 "우리는 아랍국가들이 테러를 비난하고 선동과 폭력을 중단해야 할 필요성과 장기평화의 기반을 위해 이스라엘을 주권국가와 이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필요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압둘라 왕세자가 미국 시민에 대한 살인과 그 같은 살인행위를 저지른 자들에 대해 강력히 비난해 왔으며 오사마 빈 라덴이 얼마나 사악한인간인지 이해하고 있다"고만 밝혔을 뿐 팔레스타인의 자살폭탄 공격에 대한 양국입장을 전혀 언급하지 않아 주목을 끌었다. 두 정상은 당초 예정했던 한시간을 훌쩍 넘겨 정상회담을 두시간 이상 계속했으며 이따금씩 양측 고위 정책 보좌관들이 회담장 주변을 드나들기도 해 상당히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했음을 짐작케 했다.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기자들과 만난 아델 알 주베이르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정책 자문관은 "왕세자는 직설적"이라면서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중동의 폭력사태가 잦아들지 않을 경우 이 지역에서 미국의 이익에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수도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알 주베이르 자문관은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군을철수시키고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머무는 라말라 자치정부청사와 베들레헴 예수탄생교회에 대한 포위공격을 멈추는 동시에 유엔 조사단의 예닌 방문을 신속히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 주베이르 자문관은 또 "미국이 아라파트 수반을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샤론 총리를 문제라고 본다"고 밝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간에 현격한 시각차가 존재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나 알 주베이르 자문관도 석유를 무기화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알 주베이르 자문관은 "우리는 항상 안정적인 석유공급을 지지해왔고 석유를 무기로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3일 방미길에 오른 사우디의 실질적 지도자 압둘라 왕세자는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에 이어 크로퍼드 목장을 방문한 3번째 정상으로 26일에는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만난다. 이에 앞서 딕 체니 부통령은 24일 저녁 휴스턴 호텔에서 방미 중인 압둘라 왕세자를 위한 만찬을 베풀고 중동사태와 미국의 이라크 확전 향방 등 공동관심사를 폭넓게 논의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성수 특파원 ssk@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