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미혼 남녀 10명 중 4명은 결혼할 생각이 없거나 결혼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올해 3월 29일∼4월 3일 전국 만 25∼49세 남녀 2011명을 대상으로 한 결혼·출산·양육 인식 조사 결과(95% 신뢰수준 ±2.2%포인트)를 2일 발표했다.미혼인 응답자 가운데 결혼을 하고 싶다거나 결혼을 계획 중이라는 답변은 61.0%였다. 반면 '나중에도 하고 싶지 않다'(22.8%)거나 '생각해 본 적 없다'(16.3%)는 응답률은 39.1%였다.성별로는 결혼 의향이 없다는 여성 응답 비율이 33.7%로 남성(13.5%)보다 2배 이상 높았다.결혼 생각이 없는 이들은 성별 역할 부담감 때문에 결혼을 꺼렸다. 남자는 결혼식 비용이나 신혼집 마련 등 경제적 부담(88.9%)이, 여자는 결혼에 따른 가사·출산 등 역할 부담(92.6%)이 가장 컸다.남녀 모두 주거·일자리 등 경제적 조건과 일·가정양립 지원 조건이 개선되면 결혼·출산 의향이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자 중 자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61.1%였다. 출산 부담이 큰 여성(51.9%)은 남성(69.7%)보다 자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낮았다.특히 응답자 가운데 25∼29세 여성 중 자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34.4%에 불과했다.또 응답자의 90%가량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했고, 지금까지 저출산 정책에 효과가 없었다고 판단한 응답자 비율도 90%에 달했다.특히 그간 저출산 정책 캠페인에 대해서는 '오히려 반감이 든다'는 응답이 48%였다.응답자들은 저출산 해결에 가장 도움이 될 정책으로 '자유로운 육아휴직 제도 사용'(81.9%)을 꼽았다. 여성의 경우 '남녀
‘혼돈의 시대에 질서를 만드는 예술가.’영국의 영화감독이자 예술가 존 아캄프라(66)에 대해 세계 미술계가 보내는 찬사다. 그는 20대였던 1982년 런던에서 이민자 예술가 단체 ‘블랙 오디오 필름 콜렉티브(BLFC)’를 설립해 지금까지 흑인 영상 예술을 개척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뉴욕대, 프린스턴대 등에서 강단에 섰고 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해 영국 왕실의 기사 작위를 받았다.그는 올해 제60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영국관 공식 작가로 선정돼 ‘밤새 빗소리를 듣다(Listening All Night to the Rain)’라는 제목으로 회고전 형식의 대규모 전시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가 특별한 건 두 가지 측면에서다. 그동안 흑인 이민자들의 정체성과 제국주의, 영국 내 인종 문제, 환경과 노예제도 등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작업해온 그를 1990년 후반부터 이미 베를린과 칸 등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주목했다. 정작 영국 미술계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번 전시엔 영국을 대표하는 최대 미술 투자사인 아트펀드와 버버리, 포드재단, 블룸버그자선재단, 프리즈 아트페어 등이 후원사로 나섰다. 영국 정부가 반세기 만에 그를 ‘국가대표 예술가’로 인정한 것이니 평생 영국의 이방인으로 살았던 그에게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역대 가장 많은 스크린이 이번 전시에 등장한다. LG전자는 그의 예술세계를 압축한 이번 전시에 공식 후원사로 참여해 최고 사양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스크린 60여 대를 작가에게 제공, 그의 과거 어떤 전시보다 뛰어난 화질로 구현할 수 있게 도왔다.1958년 가나에서 태어난 그는 포스트 식민주의 시대의 풍파를 그대로 맞았다. 1966년부터 다섯 차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서펜타인갤러리 예술감독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큐레이터 중 한 명이다. 예술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과 헌신으로 현대 미술계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 왔다. 수많은 획기적인 전시회를 기획했고, 영향력 있는 예술가 및 사상가들과의 대화도 이끌었다. 문화예술 플랫폼 아르떼에 연재되고 있는 세계적인 예술 후원자이자 홍콩 K11그룹 회장 에이드리언 청의 ‘아트 살롱’에 그가 초대됐다. 오브리스트는 한국 독자들에게 ‘기술과 박물관 시스템의 미래’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오늘날의 박물관과 예술기관이 발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관대한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상상력을 기반으로 박물관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것, 동시에 변화를 일으킬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입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2024년 박물관의 할 일스위스 생갈렌에서 공부할 때의 일이다. 중고품 가게에서 독일 미술사학자 알렉산더 도너의 책 <예술 너머의 길(The Way Beyond Art)>과 처음 만났다. 그리고 50번은 더 읽었다. 도너는 하노버에서 란데스미술관을 운영하다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인물. 그는 엘 리시츠키에게서 영감을 받아 박물관을 ‘실험을 위한 곳’ ‘지식 쇼를 위한 실험실’ ‘미래를 보여주는 장소’라고 주장했다.에두아르 글리상은 도너와 함께 내 인생 최고로 중요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그는 전시와 박물관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꿔놨다. 그는 박물관을 세계의 모든 문화와 상상력이 서로 만나고 들을 수 있는 ‘유토피아적 장소’로 여겼다. 흔히 하는 것처럼 기록물을 상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