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품으로 나온 알루미늄 깡통을 주워 가는 것은 범죄일까, 아닐까'


도쿄의 한 구청이 알루미늄 폐깡통 처리를 둘러싸고 노숙자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깡통 때문에 노숙자들과 불편한 관계에 놓이게 된 행정관청은 우에노공원 등 노숙자 밀집지역이 있는 다이토구청.


이 구청은 이달부터 관내 주택가 곳곳에 설치돼 있는 폐품수집소를 주 4회 순찰하기 시작했다.


목적은 주민들이 버리거나 모아놓은 폐깡통을 노숙자들이 가져가지 못하도록 단속하기 위해서다.


순찰 시작에 앞서 '알루미늄 폐깡통은 구의 재산으로서 몰래 가져가면 고발하겠다'는 경고문을 게시했었다.


구청의 단속이유는 단순했다.알루미늄 폐깡통을 모아 파는 노숙자들이 급증하면서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사례가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한밤중이나 새벽에 폐품수집소를 뒤지는 노숙자들에 놀라 잠을 설치는 주민이 적잖다는 주장이다.


구청의 단속 논리에는 '폐품이지만 공동이익을 위해 모은 것을 특정인이 사용해선 안된다'는 명분도 있다.


구청의 으름장에 대해 노숙자와 노숙자지원센터 등은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폐깡통을 판 돈으로 쌀과 연료 등을 사 쓰는 노숙자들에게 깡통수집을 금지하는 것은 굶어 죽으라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이와 함께 구청의 단속 이유중 하나는 '돈'에 있다고 이들은 꼬집는다.


폐깡통이 돈이 안될 때는 잠자코 있더니,알루미늄 값 상승으로 짭짤한 벌이가 되니까 주민들이 볼멘 소리를 하고,이에 떠밀려 단속의 칼을 뺐다는 것이다.


행정관청과 노숙자들의 신경전은 행정관청의 우세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단속 방침을 정한 구청이 늘고 있는데다 가와사키시는 노숙자들로부터 폐깡통을 사는 업자까지 경찰에 통보하겠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구조개혁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고이즈미 내각은 실업자 급증에 대비한 사회안전망 확충을 필수과제의 하나로 꼽아 왔다.


그러나 폐깡통에 밥줄을 매달고 있는 노숙자들과 한밤중 숨바꼭질을 벌이는 일본의 또 다른 모습에서 '더불어 사는 온정'은 한발짝 더 멀어지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