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단폭격처럼 쏟아지는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먹혀들기 시작했다. 매수자들은 아파트값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짙은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팔겠다는 값과 사겠다는 값 사이의 호가공백이 커 거래두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매매가 끊기자 일선 중개업소들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 강남권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이 하락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이 일대 재건축대상 아파트 단지들이 이달들어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실수요자보다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아파트여서 투기매매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으로 돌변하자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단지별로는 강남구 도곡동 개포동 대치동 일대 중소형평형이 이달들어 5백만∼1천5백만원 가량 하락했다. 도곡동 개포우성5차 28평형, 도곡주공1차 10평형, 개포동 대청 26평형, 대치동 은마 30평형대 등이 1천만원 안팎의 하락세를 보였다. 송파구에서도 주공3단지 15평형 매매값이 5백만원 떨어졌다. 서초구에선 반포동 주공3단지 16평형이 1천만원 하락했다. ◇ 강남 이외 지역 =올해초부터 한박자 늦게 오름세를 탔던 서울 강북 일부지역에서도 아파트값이 마침내 고개를 떨구기 시작했다. 강서구 관악구 도봉구 구로구 마포구 등에서 이 같은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관악구 봉천동 동아·삼성아파트 33평형은 최근들어 매매값이 5백만원 떨어진 2억8천5백만원에 거래됐다. 인근 현대공인 이상일 실장은 "20평형대는 강보합이지만 중대형 평형 중심으로 소폭 하락했다"고 전했다. 최고 2억2천만원까지 호가되던 구로구 구로동 주공아파트 33평형은 이달들어 2억5백만∼2억1천만원선으로 5백만원 이상 떨어졌다. 인근 석사공인 관계자는 "기존 시세보다 다소 싼 물건이 나오고 있다"며 "오른 아파트값에 부담을 느껴 매수세가 위축돼 팔려는 이들이 매매값을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마포구 공덕동 일대 아파트값도 내림세다. 공덕동 늘림터공인 김종태 대표는 "기준시가인상 이후 팔려는 사람들이 평형에 상관없이 1천만∼2천만원 가량 낮춰서 매물을 내놓는다"고 말했다. ◇ 수도권 =집값 상승폭이 컸던 분당과 다른 신도시보다 서울로 접근하기가 상대적으로 불편한 산본 등에서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 분당에서는 이매동과 구미동 소재 단지의 하락폭이 큰 편이다. 이매동 삼환아파트 24평형이 3월 마지막 주에 비해 5백만∼1천만원정도 떨어진 가격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이매동 신용공인 관계자는 "20평형대 소형물건의 매물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산본의 경우 최고가 대비 1천만원까지 떨어진 가격에 흥정이 붙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목격되고 있다. 오금동 소재 중개업소 관계자는 "3월 마지막주보다 1천만원 하락한 선에서 중개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고양시 일산, 용인시 죽전 등 실수요자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는 곳의 20평형대 아파트는 아직 강보합세를 형성하고 있다. ◇ 전망 =적어도 6월까지는 집값이 안정세를 보일 것이란게 부동산전문가와 일선 중개업소들의 일치된 견해다. 정부의 강력한 주택시장 안정대책 때문만은 아니다. 4월부터 주택시장이 본격적으로 비수기에 접어든 것도 한몫하고 있다. 내집마련정보사의 김영진 사장은 "정부대책으로 투기수요가 사라진 상황에서 실수요마저 줄어들어 집값은 물론 전.월세값이 안정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7월부터는 어떻게 될까. 여기에 대해선 아직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수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은 집값이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수급불균형을 해소하는데는 앞으로 2∼3년 더 걸릴 수밖에 없다는게 근거다. 반면 금리상승 가능성, 정부안정의지 등의 변수에 비중을 두는 이들은 안정세를 예상하고 있다. 다만 집값이 오름세를 탄다고 하더라도 상승폭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데는 양측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송종현.김진수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