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에 참여중인 이인제(李仁濟) 후보가 최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의도적인 차별화에 나서고 전남지역 유세를 취소한 뒤 9일 연고지역이라 할 수 있는 충북을 방문하는 등 '이상 기류'를 보이고 있다. 이 후보는 8일 김윤수(金允秀) 공보특보를 통해 "연청이 경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며 "청와대가 설명하라"고 공개 요구했고 지난 5일 대구 유세에선 대통령 친인척 비리 척결과 관련, "쓰레기가 있으면 다 청소하고 가야한다. 나중에 (쓰레기가) 서해바다로 들어가면 꽃게가 서식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참모들과의 대책회의에서 "본선에서 야당이 노무현 고문에 대해 'DJ 또는 호남 꼭두각시'라고 공격해올 것"이라면서 "노 고문이 신지역주의에 기반한 영남후보론을 말하면서 영남의 지지세를 말하고 있으나 실제 영남의 정서는 '반 DJ, 반 호남'정서"라고 말했다. 당 주변에서는 이 후보의 이러한 일련의 발언과 행동 뒤에는 김 대통령이 자신을 버렸다는 '음모론'이 깔려 있고, 따라서 김 대통령과의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는 지난달 자신의 거취 파동때 박지원(朴智元) 청와대 정책특보를 '음모론'의 핵심으로 지목해 그의 사퇴를 촉구했었지만 그때만 해도 직접 DJ를 겨냥하는 것을 자제했다. 그러나 8일엔 김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金弘一) 의원이 연청 명예회장이라는 점을 적시하며 연청의 경선 개입을 주장하고 '청와대의 설명'을 촉구했다. 이 후보의 이같은 자세변화에는 거취파동 이후 강력히 제기했던 음모론과 이념공세가 슈퍼3연전에서 먹혀들지 않았고, 앞으로 남은 지역의 경선에서도 역전 기대가 무망하다는 정세판단을 토대로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후보가 DJ에 대한 차별화에 나선 것은 경선 승리를 위한 전략적 차원이라기 보다는 경선 이후 자신의 독자행보를 위한 '명분쌓기용'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지닌다. 그는 물론 "내가 당을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이번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에게 패배하는 순간 여러가지 선택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한광옥(韓光玉) 전 대표가 대선후보 경선후 정계개편 문제를 공식 논의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노 후보가 실제 정계개편 추진에 나설 경우 노 후보와 노선투쟁을 하면서 잔류 세력을 규합하거나, 6월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의 이합집산 또는 후보 교체론 등에 대비할 가능성도 있다. 그가 자신의 이념적 색채와 '비(非) DJ' 성향을 뚜렷이 하고 나선 것도 이를 대비한 다목적 포석으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 kn0209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