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는 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 중동사태 개입 및 이라크와 이란의 강경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석유 금수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진데 영향받아 사흘째 급락세가 이어졌다. 뉴욕시장에서 이날 서부텍사스중질유 5월 인도분은 배럴당 37센트(1.4%) 떨어진26.21달러에 거래됐다. 런던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는 무려 1.32달러(4.8%)나 하락한 25.99달러에 거래가 이뤄졌다. 브렌트유 하락폭은 지난 6주 사이 가장 큰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유가 약세가 미국의 중동사태 개입에 크게 영향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소재 번햄 증권사의 에너지분석 책임자 모르데차이 아비르는 "유럽이나 아랍이 뭐라고 하면 이스라엘이 무시할 수 있지만 미국의 요구는 거부하기 힘들 것"이라면서 "미국이 중동에 개입키로 한 것이 국제 석유수급을 안정시키는 힘이됐다"고 말했다. 지난 73년과 같은 대(對)서방 석유 금수가 재현되기 힘들 것이란 관측도 설득력이 높아지고 있다. 이라크에 이어 이란도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석유수출을 한달간 중단하자고 제의했으나 OPEC 주요 산유국들의 부정적인 입장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실제 OPEC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의 경우 앞서 유가가 강세를 보인 틈을 타 산유량을 하루 43만배럴 늘리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분석가는 "사우디가 석유판매 수입 확대를 절실히 바라고 있다"면서 최대 맹방인 미국의 영향력도사우디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사우디의 실질적 지도자인 압둘라 왕세자는 오는 25일 미 텍사스주크로포드에서 조지 W 부시 미대통령과 만나 석유수급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한관계자는 "여기서 타협이 이뤄지면 사우디가 OPEC의 산유량 증가를 지지하는 쪽으로입장이 선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는 현재로선 오는 6월 26일 소집되는 OPEC 각료회담에서 산유 쿼터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있지 않다. 그러나 대(對)서방 석유 수출을 한시적으로중지함으로써 중동사태 영향력을 확대하자는 이란-이라크의 요구에 대한 OPEC의 반대 입장은 확고한 상태다. OPEC의 알리 로드리게스 사무총장도 5일 회견에서 "미국의 (중동사태) 개입으로며칠 안에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그렇게되면 유가가 실질적으로(더)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중동사태 추이가 향후 유가에 결정적인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거듭 지적하면서 "유가에 미치는 `중동 요인'이 배럴당 5-6달러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로드리게스 총장은 이어 "올해 세계 석유수요가 높지 않을 것"이라면서 "더욱이OPEC 역외 산유국들이 생산을 늘리려는 추세임을 감안할 때 OPEC가 연내 산유량을크게 확대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런던 소재 코메르츠방크 증권 부문의 더그 레거트 석유산업 연구원은 "시장이석유공급 중단 가능성을 과다하게 우려하고 있다"면서 "OPEC도 유가가 35달러까지치솟는 상황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런던 블룸버그=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