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3일 평양 백화원초대소에 도착한 임동원(林東源) 청와대 외교안보통일특보를 북한의 림동옥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이 맞이했다. 임 특사와 림 부위원장은 각자 최고통치자의 신임이 남다른데다 남북문제를 총괄하는 핵심 실세라는 점에서 이날 두사람의 만남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성씨와 이름에서도 각별한 인연이 있는 듯 싶다. 북한에서는 성씨 중에서 임씨와 림씨를 구분하므로 임 특보와 림 부위원장의 성씨는 사실상 같다. 또 한자 이름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가운데 이름자가 모두 '동'이기 때문이다. 림 부위원장은 대외적으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부위원장도 겸하고 있지만 북한내 직책은 남한 및 해외동포들과의 대화 및 교류를 총괄하는 통일전선부(통전부) 제1부부장이다. 그는 스스로도 귀신이 됐다고 말할 정도로 근 40년간 대남부문에서만 일해온 베테랑이지만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한에 널리 알려졌다. 종전까지 남북한에서 림춘길이란 이름으로 조금 알려졌을 뿐 베일에 가려져 있다가 6.15남북공동선언 서명식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나타남으로써 대남사업의 주역임을 드러냈다. 또 같은해 9월 김용순 노동당 비서 겸 통전부장의 서울 방문에도 동행, 일정 등모든 일을 조종함으로써 자타가 공인하는 이 분야 실세로서의 지위를 과시했다. 지난해 9월에는 남북 당국간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남측의 임동원 통일부 장관에게 제의했다. 림 부위원장의 경력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그는 5년제 정규대학 대신김일성고급당학교 등 당간부 양성기관에서 수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문학적인 재능이 뛰어나 작가 못지 않게 문장력이 좋으며 일상생활에서도형용사, 사자성어, 속담 등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져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준비접촉에서 김령성 북측 단장이 자주 사용한 `천리비린'(千里比隣) 등의 사자성어역시 그의 아이디어일 것이라는 추측도 일부에서 제기됐다. 통전부에서 지도원, 부과장, 과장 등을 거쳐 지난 88년께 부부장으로, 93년께제1부부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또 지난 88년 노동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으로 등용돼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고있으며 98년 7월 최고인민회의 제10기 대의원으로 선출됐다. (서울=연합뉴스) 최선영기자 ch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