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대표적 중립지대로 꼽혀왔던 전북지역의 31일 경선결과 세 후보가 표를 거의 똑같이 나눠갖는 황금분할이 이뤄졌다. 경선 결과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이른바 `노풍'의 영향으로 34.3%의 득표율을얻어 예상대로 1위를 차지했고 자신의 지역구(전주 덕진)가 있는 정동영(鄭東泳) 후보가 33.5%로 2위, 노 후보와 이념 성향에서 각을 분명히하는 전략을 구사한 이인제(李仁濟) 후보가 32.2%로 3위를 차지한 것. 1위와 2위의 표차는 18표, 1위와 3위의 표차는 46표에 불과했다. 노 후보는 그동안 8개 지역경선 가운데 제주와 대전.충남을 제외하고 울산.광주.강원.경남에 이어 전북에서도 수위를 차지, 바람을 이어나갔다. 조직에서 취약한 지역으로 꼽혔던 전북에서도 1위를 차지한 것에 대해 노 후보자신도 "광주에 이은 도덕적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그의 `돌풍'의 위세에 비해서는 낮은 득표율이었다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노 후보는 이에 대해 "거북이 처럼 가겠다"면서 단숨에 1위를 탈환하고 대세를 굳히려 애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이인제 후보는 종합순위 1위가 역전당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됐지만 이날 거의 비슷한 득표율을 기록한데 대해 위안을 삼는 분위기다. 이 후보는 "3일간 득표활동을 중단하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성원을 보내준 전북 선거인단에 감사한다"면서 득표 3위임에도 큰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주초에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48대23의 열세를 보였으나 이날결과는 이 후보의 선전으로 나타났다"면서 "선거인단이 이제 냉정한 시각에서 평가를 시작했고 노풍의 위세가 꺾이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는 8차례에 걸친 순회경선 가운데 가장 높은 득표율을 보여 종합누계에서 두자릿수의 득표율을 기록하게 됐지만 자신의 연고지역에서 선전한 결과여서 전국적인 흐름의 반전이라고 주장하기에는 이르다. 전북 지역의 경우 10개 지구당 가운데 지역구가 있는 정 후보와 노 후보 지지입장인 김원기(金元基) 고문, 이 후보 지지 입장인 장성원(張誠源) 의원 등 소수를제외하면 나머지 대부분은 `중립'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협(李 協) 사무총장, 정균환(鄭均桓) 총무 등 중진급 인사들과, 도지사경선 출마를 선언한 강현욱(姜賢旭) 의원 등이 특정 후보 지지를 표명할 수 없는 상황인 것도 전북에서 표쏠림이 발생하지 않았던 배경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경선결과에 대해 "판세를 결정적으로 흔들지 않으면서 고향출신에게는 희망을 얹어주는 전북인들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 투표결과였다"고평했다. (익산=연합뉴스) 김현재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