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세계를 신랄하게 풍자한 "엽기 대통령"이 인터넷을 강타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간의 가상 전화통화를 통해 한미간 쟁점사안인 F-15 전투기 구매와 동계올림픽 편파판정 문제를 신랄하게 풍자한 "엽기 대통령,잃어버린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라는 음성파일이 네티즌들 사이에 폭발적 인기를 끌며 급속히 퍼지고 있다. "어이 조지 부시"로 시작하는 이 파일은 김 대통령 특유의 호남 사투리로 1분48초 가량 이어진다. 김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의 가상 전화통화 중 전투기 부품조달문제를 지적하다가 점차 흥분하기 시작한다. 끝내 말이 통하지 않자 동계올림픽 편파판정까지 들먹이며 큰 소리로 부시를 호통치고 대통령 체면도 망각한채 욕설까지 퍼붓는다. 이 음악파일은 MBC FM "배철수의 음악편지"와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를 패러디하는 형태로 우리 국민의 분노를 코믹하게 표출하고 있다. 특히 "머시여 10년뒤엔 비행기 공장이 없어질지도 모른다고,아 글면 쪼까 곤란하잖어"등의 대화 내용은 F-15 전투기를 강매하려는 미국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을 대통령 음성 모사를 통해 재치있게 비판하고 있다. 지금까지 "엽기대통령" 음성파일은 약 9백만명의 네티즌들이 받아볼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따라 출처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이 파일을 제작한 곳은 인터넷라디오방송국인 레츠뮤직(www.letsmusic.com)의 "배칠수의 음악텐트". 오지만 PD와 김원민 작가,DJ 배칠수(본명 이형민)씨가 진행하는 일일(주 5회)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신랄한 패러디를 통해 불합리한 현실을 비판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엽기 대통령은 3월 초 방송됐던 496회분 "끈기와 오기"편 중 "잠시 전하는 말씀"을 통해 첫 선을 보인 이후 폭발적 호응을 얻으며 레츠뮤직에 "대박"을 안겨주고 있다. 방송 이후 레츠뮤직과 "배칠수의 음악텐트"의 인기는 물론 김 대통령의 음성을 모사한 DJ 이형민씨의 인기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일평균 1천5백명 안팎이던 신규회원 가입자수가 최근에는 3배 수준으로 늘었으며 게시판에는 네티즌들이 글이 폭주하고 있다. 모바일콘텐츠 사업자들로부터 제휴하자는 제의도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다. 레츠뮤직은 이를 계기로 "배칠수의 음악텐트"를 확대개편하기로 했다. 일방적인 녹화 시스템에서 벗어나 생방송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또 채팅과 전화 연결을 통해 청취자들의 의견도 들을 수 있는 양방향 방송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한 네티즌은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동계올림픽 편파판정,차세대 전투기 구매를 둘러싼 논란 등 일련의 사태들을 지켜보면서 미국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시선이 어느때보다 곱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접한 "엽기 대통령" 음성파일은 비록 가상이지만 제대로 항변도 못하는 우리의 억울한 심정을 후련하게 해주는 청량제 같다"고 말했다. 한편 MP3 형태의 "엽기 대통령" 음악파일이 인기를 끌자 다음카페의 한 동호회는 유사한 동영상 파일을 만들었다. 이 파일 역시 네티즌들 사이에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