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3위를 달리던 김중권(金重權) 후보가 25일 사퇴를 전격 선언함에 따라 경선구도가 출발선상의 7파전에서 2강1약의 3파전으로 압축되면서 경선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 후보는 그동안의 선전으로 경선후에도 당내 '독자 지분'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갖게 됐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이날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제물'로 자신의 후보사퇴를 내놓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종합득표 1위인 이인제(李仁濟) 후보와 이른바 '노풍(盧風)'을 타고 있는 2위 노무현(盧武鉉) 후보간 '양강(兩强)' 다툼이 더욱 첨예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더구나 그동안 10%를 상회하던 김 후보의 지지표가 이, 노 두 후보에게 어떻게 분배되느냐에 따라 두 후보간 혼전양상이 심화되거나 특정후보의 과반 독주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여, 중반전에 몰려있는 경남(30일) 대구(4월5일) 경북(4월7일) 등 영남권 선거인단의 표심이 주목된다. ◇사퇴배경 = 김 후보는 이날 사퇴의 변에서 "충청은 충청대로, 대구.경북은 대구 경북대로, 부산.경남은 부산 경남대로 각기 갈라져 몰표현상을 보인다면 저의 영남후보론은 지역감정의 또 다른 이름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에 용단을 내렸다"고말했다. 김 후보는 특히 "광주의 선택을 무겁게 받아들였고, 대전.충남에서 그 지역출신 후보에 대한 몰표현상에 크게 낙담했다"며 "제 고향 대구.경북에서 지역감정을 볼모로 잡는 일만큼은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역주의 타파를 내건 입장에서 부산.경남(PK)과 대구.경북(TK)간 '소지역주의'현상의 발현을 막아보겠다는 충정이라는 것. 특히 '광주의 선택'에 대한 언급은 호남 표심이 자신과 함께 '동서화합 후보' 경쟁을 벌여온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선택했다는 현실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대구.경북지역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기대해왔으나 '노풍'으로 인해 지지세력 이탈이 심화함에 따라 사퇴를 결심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강원지역 경선 성적(920표, 12.6%)도 '선전'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내부적으론 자신의 출신지역인 경북 울진이 원래 강원도에 속했던 점 등으로 인해 더 나은 성적을 기대했던 것에 비춰 실망스러운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김 후보측의 한 관계자는 "노풍이 있어도 대구.경북에선 60% 이상 나오게 돼 있다"고 이같은 해석을 일축했다. 이와 함께 김 후보가 나름대로 경쟁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분위기에서 사퇴하는 것이 향후의 정치적 입지 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다는 측근들의 건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남표 향배와 후보 득실 = 김중권 후보의 전격 사퇴가 향후 영남표의 향배를 비롯, 이인제 노무현 두 후보중 누구에게 더 유리할 것인지를 놓고는 당 안팎에서 여러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 김 후보가 경북 울진 출신으로 부산 출신인 노 후보와 같은 영남출신이기 때문에 사실상 `영남후보 단일화'를 이뤘다는 측면과, 영남권이 '노풍'의 영향권에 들고 있다는 점에서 노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김 후보는 이날 '누구를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선거인단이 판단할 문제"라고만 말했으나 사퇴성명에서 "광주의 선택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해 광주 경선 1위를 한 노 후보에게 무게중심이 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노 후보도 이날 낮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아무래도 저에게 표가 쏠리는 현상이 생기리라 본다"고 말했다. 노 후보측은 별도의 입장발표를 통해서도 "'광주의 선택'을 언급하면서 동서화합과 국민대통합을 강조한 뜻을 우리 모두 깊이 새겨야 한다"며 노 후보에 대한 지지로 기정사실화 하려 했다. 반면 이 후보측은 "충격적"이라면서도 한화갑(韓和甲) 후보 사퇴후에 김 후보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노 후보측 지지자들로 보이는 네티즌들이 집단으로 '후보 사퇴'를 촉구한 것 등이 대구.경북 지역에서 노 후보에게 반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이 후보로선 경선을 보.혁 구도로 이끌어 가겠다는 생각도 있어, 김 후보를 지지하는 대구.경북 지역의 보수성향 표가 김 후보의 사퇴로 인해 자신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기를 원하는 눈치다. 그러나 이 후보 진영의 조직담당인 조재환(趙在煥) 의원은 "당초 대구.경북이 3파전으로 치러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해온 전략에 차질을 빚게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후보 진영은 25일 현역의원들이 모두 참석하는 대책회의를 갖고 김 후보 사퇴에 따른 경선전략 등을 숙의할 예정이다. 당초 금주중 있을 TV토론 등에서 `음모론' 공격을 더 강화할 방침이었으나 김후보 사퇴라는 `돌발변수'로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이 후보측의 김윤수(金允秀) 공보특보는 전했다. 한편 정동영(鄭東泳) 후보측은 "경선실시 시점의 여론조사 1, 2, 3위는 모두 남아 있기 때문에 국민은 더욱 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제 남은 세 후보는 4.27 서울대회까지 가야 하며 국민경선을 성공시킬 책임이 세 사람에게 있다"고 '경선 지킴이'의 역할을 끝까지 수행할 것임을 다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