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계열사의 CEO가 받는 연봉중 직책(대표이사)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불과하다. 나머지 75%는 주가상승률과 수익성 지표인 EVA(경제적부가가치),목표대비 실적달성률 등에 따라 매년 다르게 결정된다. R&D(연구개발) 마케팅 등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 향상여부까지 평가대상이다. 일반 임직원의 경우도 연봉에서 차지하는 기본급 비중은 60%선에 그친다. 나머지는 물론 실적에 의해 좌우된다. 신상필벌과 성과보상주의. 능력만큼 대접하고 일한 만큼 보상한다는 이 원칙은 삼성전자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게 된 큰 배경의 하나로 꼽힌다. 85년 33세에 대우이사로 입사,89년 이사,92년 상무,94년 전무,96년 부사장,2000년 대표이사 사장. 진대제 삼성전자 디지털 미디어 네트워크 총괄사장의 입사 후 경력이다. 진 사장은 96년 그룹내 최연소 부사장이 된 것을 비롯 삼성그룹의 각종 인사기록을 갈아치웠다.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황창규 사장은 92년 입사후 꼭 10년 만에 사장자리에 올랐다. 이기태 정보통신 부문 총괄사장은 96년 상무가 됐지만 불과 5년 만에 사장이 되는 기염을 토했다. 연간 수조원의 이익을 내는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핵심인력들은 대부분 이처럼 출세가도를 달리는 인물이다. ● 신상필벌 인사원칙 삼성이 발탁인사를 하는데는 3년 연속 A등급 이상 인사고과를 받아야 한다는 점과 함께 업적 기여도가 탁월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두단계를 뛰어넘는 발탁인사 대상자는 전체 승진자의 2% 안팎이다. 최고 경영자의 경우는 구조본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실적 외에 업무자세,대인관계,조직관리 능력,사업실패 사례 등도 심의 대상에 오른다. 심지어는 사생활에서도 결격사유가 없는지 조사한다. 그만큼 철저히 검증된 인물이 선발된다는 뜻이다. 삼성에서 CEO되는 것이 장관되기보다 더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발탁인사가 조직 운영상 중요한 축의 하나라면 이와는 대비되는 또 다른 축이 있다. 실패했을 경우의 철저한 책임 문책이 바로 그것이다. 뇌물수수 등 비리가 적발된 경우에는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즉시 자리에서 떠나야 한다. 이런 때는 예외가 없다. 이들에 대한 구명활동조차 금지된다. 다만 실적부진의 경우에는 다소간 예외가 있다. 경기 상황이나 업종별 특수성 등을 감안하는 것이다. 그러나 3회 연속 실적이 나쁘면 승진을 기대하기 어렵다. 경영진단-사업성 재검토-사업철수 등의 단계로 사업부에 대한 판단이 내려진다. 연고 채용과 정실 인사는 철저히 배격된다. 이건희 회장의 6촌 동생인 이병희씨는 삼성테크윈 기능직으로 입사해 기능직으로 회사생활을 마쳤다. 발탁 승진은커녕 관리직으로의 업무 전환도 이뤄지지 않았다. 삼성 입사지원서에는 출신지를 기록하는 난이 없다. 지연 학연 인연 등 '3연(緣)의 배격'을 인사의 오랜 전통으로 삼고 있다. 고 이병철 선대회장의 조카가 그룹공채에 응시했다가 성적 미달로 가차없이 '잘린' 전례가 있을 정도다. CEO간에도 인사청탁은 하지도,받지도 않는 것이 예의다. 회사발전에 기여한 임직원 자녀에게 채용시 5∼10%의 가점을 주는 연고채용제조차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없어졌다. ● 정교한 인사시스템 매년 초 삼성전자 인사팀은 2백50개 문항으로 이뤄진 '인사평가 지침'을 각 사업부문에 내려보낸다. 16개 역량항목(카테고리)으로 이뤄진 이 가이드북에 따라 각 팀장들은 부서 및 직군별 특성에 따라 5∼8개 항목을 선택,팀원에 대한 인사고과를 매긴다. 영업부문은 도전의식에,마케팅부문은 국제화에,지원부문은 문제해결 역량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식이다. 본사 인사팀은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채용에서부터 배치,보직변경,퇴사조치 등 모든 인사권한은 사업부로 넘어간 지 오래다. 인사평가는 곧 연봉과 직결된다. 98년부터 도입된 삼성전자 연봉제의 특징은 철저한 차별주의. 기본급 60% 외에 40%를 차지하는 능력급이 변수다. 능력급 평가에서 최고점수인 '가'등급을 받은 경우 능력급의 최대 1백30%까지 지급된다. 반면 최하위 등급인 '마'등급을 받을 경우 기본급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최소한 '다'등급을 받아야 평균 연봉을 챙길 수 있다. 연봉을 근거로 지급되는 PS(이익배분제)까지 포함할 경우 같은 직급이라도 최대 5배 이상 격차가 벌어진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