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과의 대화는 가슴을 설레게 한다. 묘한 흥분도 따른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의 '대면접속'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색하거나 겸연쩍을 것이라는 걱정도 필요없다. 망설이고 쭈뼛대는 손을 이끌고 당신을 파티 주인공으로 캐스팅해 주는 프로가 있기 때문이다. 닥스클럽의 한만호 주임(31). 그의 직함은 파티오거나이저(Party Organizer). "파티오거나이저는 이름 그대로 파티를 만드는 사람이에요. 파티 기획에서부터 장소 섭외는 물론 손님을 초대하고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서 모든 일을 책임집니다" 파티가 생활화된 서구와는 달리 아직까지 파티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국내에서는 파티의 모든 것이 이들의 몫이다.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분들이 참석하는 만큼 그들 대화의 공통분모를 찾기 위해선 많은 것을 알고 있어야 해요. 이성 교제나 비즈니스 정보 교환 등 참석자들이 소기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유도하려면 몸도 머리도 기민하게 움직여야 하죠" 한 주임은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건설현장에서 일도 해봤지만 밑에서부터 끌어오르는 '끼'를 억제할 수 없었다. 우연히 사교파티에 참석했다가 파티업체 관계자의 눈에 띄어 파티오거나이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대학동기들로부터 외도가 지나치다는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아이템을 모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전체적인 조화를 이끌어내는 작업은 건축재료를 알맞게 배합하는 건축작업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템이란 장소 음악 음식 이벤트를 말한다. 화려하고 깔끔한 드레스코드로 무장한 채 와인 한잔 들고 부지런히 명함을 교환하는 다소 이국적인 사교 파티에 젊은 세대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력과 경제력을 갖춘 젊은이들에게 '만남' 그 자체보다는 '만남의 과정'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죠" 소개팅과 맞선 등 어설픈 짝짓기식 이벤트에서 벗어나 자연스런 만남을 통해 자신의 평생배필을 찾고자 하는 선남선녀들의 신세대적 사고의 확산 때문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그가 지금까지 개최한 파티 수는 40여회. 그를 거쳐간 참석자들만 2천여명이 넘는다. "회원들과의 사적인 관계는 절대 금물이죠. 검사 의사 변호사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과 친분을 쌓게 되면 개인적인 부탁을 하고 싶은 욕심도 생기지만 최대한 자제해야 합니다" 파티는 상류층만의 전유물이 아닌 우리 일상 생활의 모든 것이라고 규정하는 한 주임. "사실 파티란 것이 별다른게 있나요. 질퍽한 분위기에서 술 한잔씩 돌려 마시는 우리네 일상생활이 어쩌면 파티 그 자체일 수 있어요" 나 아닌 타인에게 말을 건네는 것에서부터 파티가 시작된다는게 그의 '파티론'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