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대한 비상'은 철새들의 이동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다. 북극과 남극, 사막과 바다, 산과 계곡, 석양과 여명 등 지구촌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27종 철새들의 생존투쟁을 보여준다. 5년전 곤충의 세계를 섬세하게 담아낸 다큐멘터리 '마이크로 코스모스'의 자크 페랭 감독 작품. 카메라는 흰기러기, 백조, 황새, 앵무새, 흰펠리컨 등 수천마리 철새들의 다양한 생태를 포착한다. 철새중 덩치가 가장 큰 알바트로스는 날개가 무려 3.6m에 이른다. 태어나 9개월이 지나면 둥지를 떠나 8년이 지나야 다시 육지로 돌아온다. '로열 펭귄'은 날 수는 없지만 수심 수백 미터까지 잠수할 수 있다. 눈보라 속에서 발레를 하는 듯한 군무를 펼치는 일본 두루미, 그랜드캐년의 협곡에서 다이빙 실력을 자랑한 흰꼬리수리, 물 위를 경주하듯 가로지르는 물새 등 해학적인 장면들도 곁들여진다. 또 날개가 부러져 사막에서 게들의 먹이가 되거나 덩치가 큰 새에게 잡혀 먹히는 작은 새 등 치열한 약육강식의 현장도 포함돼 있다. 철새들이 날고 있는 서부.북부 유럽이나 중앙아프리카, 인도네시아, 북극과 남극 일대 등의 풍광은 아름다움을 넘어 경이로울 정도다. 철새들의 이동은 위대한 도전이자 생존을 위한 사투다. 그들은 수천년전부터 지켜져 온 '귀환의 숙명'을 단 한번도 거스르지 않는다. 조류학자, 생물학자, 비행기 조종사 등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제작진이 세계 각지에서 모은 1천여개의 알을 최적의 온도와 습도가 갖춰진 인큐베이터에서 길러 주연으로 기용했다. 제작진은 카메라를 헬리콥터, 행글라이더, 열기구, 특수 제작된 경비행기 등에 싣고 이들 철새들과 함께 지구위를 날았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